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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위의 바이올린 VIOLIN

달빛7 2019. 10. 2.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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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ufelstriller-Sonate


 '파사칼리아 Passacaglia'


생상스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소


Praeludium & Allegro by Fritz Kreisler


아침 운동을 마치고 집에서 차를 한잔 할때면 항상 음악을 틀어놓는다.

이 바이올린 음악들이 내가 가장 많이 듣는 곡들 중 네곡이다.


나는 피아노 소리보다 바이올린 음색을 훨씬 좋아한다. 

너무나 매력적이고.... 슬프기도 하고 흐느끼기도 하는 그 묘한 떨림이 참 좋다.

그래서 다음 생에는 바이올리니스트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다.^^

오늘은 이번 생의 바이올린 추억을 함 떠올려본다.






국민학교 1학년 입학을 하고... 우리반에는 늘 바이올린케이스를 들고 다니던

아주 키작고 얼굴이 하얀 남학생이 있었다.


학교를 마치면 학원에 가서 바이올린을 배우고 집에 가는듯 했고...

그 아이는 우리집에서 학교가던 길 중간에 있는 목재소집 아들이었다.


하루는 선생님도 그 아이의 바이올린 실력이 궁금하셨는지 애들 앞에 나와서

바이올린을 연주해보라고 하셧다.

그 아이는 한참을 주저하고 망설이다가 살짝 울먹이면서 송아지를 연주 했다.


좀 기대가 컸던 나는 살짝 실망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잊혀진 바이올린이었는데....


국민학교 3학년때 학교앞 피아노 학원을 다닐때였다.

나는 울 할아버지의 유전자를 이어받아 정말 성격이 급했다.

어린시절 나는 늘 달리다시피 다녀서 넘어지기 일쑤였고 무릎이 성할 날이 없었다.


그러니...하나 두울 하는 이분음표를 핫둘로 넘어가고 도무지 쉼표에서는 억지로 쉬어지지가 않았다.


영~~~~~~~~~ 피아노 소질이 없어 보이는 나에게 선생님은 바이올린을 권유하셨고..

"바이올린?" 하니 1학년때 그 아이의 바이올린 케이스가 살짝 멋있어 보였던 생각이 떠오르면서

웃음이 지어졌다.


"네. 함 해볼께요." 집에 가서 엄마를 설득했다.

" 선생님이 내 손가락 보시고는 바이올린하면 잘할거 같다세요."

지금 생각하면 그 피아노 선생님은 피아노에는 소질이 없어요  그 소리를 돌려서 이야기 하신듯 하다.

엄마도 흔쾌히 승락을 하셨고 나에게 맞는 바이올린을 알아보는 동안

선생님의 바이올린으로 기초와 기본자세를 익혔다.


바이올린 드는 법, 활 잡는 법, 활로 현을 켜는 법... 자세들을 배워갔다.  웬지 잘 할 수있을꺼 같다.

활을 가지고 현을 켜보니 낑낑거리는거 같기도 하고 흐느끼는것 같기도 하는 그 바이올린 소리가 너무 좋았다.

아직 본격적으로 바이올린을 배우지 않은 상태라 그냥 마냥 좋았다.


그러던 어느날...

학교 체육시간이 되었다. 체육시간은 나의 시간이고 펼펄 날아 다녔다.

키도 컸고 달리기도 잘했고 피구도 잘했고.... 당시 몸으로 하는 건 다 잘했다.

게다가 한창 태권도를 배울때였기 때문에

체육시간이 넘 넘 좋았다.


그날은 뜀틀 넘기를 배웠다.

뜀틀 한단 위에서 앞구르기 부터 시작해서 한단씩 올려가면서 뛰어 넘기를 했다.

점점 단이 올라갈수록 뜀틀을 뛰어 넘을 수 있는 아이들의 숫자는 줄어들었다.

마지막으로 제일 높은 단이 올라갔다. 상당히 높다.


나랑 두세명만 끝까지 남아 뛰어 보겠다고 했다.

앞에 한명이 먼저 뛰어 성공을 했다.

아...... 떨린다. 나도 성공해야 하는데....

힘차게 달려서 발돋음판을 밟고 날아 올랐다.

성공이다.

아...... 그런데...... 뭐가 이상하다.

오른손이 삐끗하면서 움직이질 않고 통증이 몰려왔다.

그리고는 퉁퉁 부었다.

그날 병원에 갔고 근육과 인대가 늘어났고 다행히 뼈는 부서지지 않았다. 그래도 기브스를 했다.

음악학원에 기브스를 하고 갔더니 선생님은 내 팔만 보시고도 어떤 상황인지 아셨고....

나의 바이올린 레슨은 끝이 나버렸다.

몇달 뒤 손이 다 나았지만.... 다시 바이올린을 배우려니 아득해지고... 그냥 그렇게 바이올린이 잊혀져갔다.


수십년이 흘러 미국 뉴저지에서 살고 있을때였다.

옆집에 한국인 부부가 이사를 와서 오다가다 인사를 했다.

남편은 정형외과 의사인데 아주 인상이 좋았고.... 1년간 미국 병원에 교환교수로 왔다.

아내는 흰피부에 예뻤고...나보다 몇살 아래인데 임신을 하고 있었다... 거의 산달이 다 되어 가는지 배가 불러 있었다.


하루는 그집에서 초대를 해서 갔더니

온통 집안을 하얀 인테리어로 깨끗하게 정돈해놨고.. 한쪽에 악보 스탠드와 바이올린이 있었다.

누구꺼냐고 물어보니... 의사부인이 서울 한 오케스트라 바이올리니스트 출신이라고 했다.


우와....

갑자기 더 멋져 보였다.

그리고 나의 어린시절 바이올린 배우기 오일 천하 이야기를 했다.

그랬더니 대뜸 " 다시 바이올린 배워보실래요?"  하면서 기꺼이 가르쳐 주겠다고 했다.

"엉" 갑작스런 제안에 좀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그럼 고맙겠다고 하고는

바이올린을 하나 사서 정말 레슨을 시작하였다.


다시 국민학교 3학년때로 돌아가서

바이올린에 테이프로 음정을 잡을수있는 표시부터 해서 잡는 자세 그리고 드디어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했다.


활을 잡고 현을 켜니 소리가 난다.... 아..... 좋다.

생각보다 재미있었고.... 선생님이 되신 의사 부인은 나에게 정말 소질이 있다면서

잘한다고 했다.


작은별....부터 시작을 해서 하나씩 하나씩 3곡을 마쳤을 무렵...


울 바이올린 선생님은 산통이 왔고 아들을 낳았고....... 바이올린 수업은 중단이 되어 버렸다.

그리하여 이번에는 거의 한달가량 바이올린을 배우고 끝이 나버렸다.



미국서 한국으로 돌아올때 바이올린을 가지고 왔다.

그리고는 그냥 오랫동안 묵혀두고 있다.


이번 생에는 안될듯 하고 그냥 남들이 하는 연주나 많이 들어야겠다. 싶었다.




어제 피아노 글을 적으니.... 피아노 위에 있던 바이올린이 눈에 애처롭게 들어온다.

오랫만에 바이올린케이스를 열어봤다.

예쁜 나의 바이올린이 줄도 하나 터진채 소리도 못내어보고 그대로 누워있다.




다음생 말고.....

터진 바이올린 줄을 하나 갈아서

이번생에 다시 시작을 해보아야하나...........................









내 예쁘고도 애처로운 바이올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