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해가 떠오르는 모습을 보기 좋아하여...
매일 새벽 운동을 한다.
오늘 새벽 산책길에서 아주 익숙한 꽃향기가 나를 붙잡았다.
금목서다.....
내 첫사랑의 향기....금목서....
아..........
금목서 향기가 나를 첫사랑의 기억이 있는 1989년도로 곧 바로 데려갔다.
1988년도 대학 입시전형은 선 지원 후 시험이라 각 원하는 학교에서 시험치고 면접을 봤었다.
그해 12월 대학입시 면접대기실에서 떨리는 마음으로 내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막 나의 앞 번호 수험생이 면접실을 나오면서 내 번호를 부르고는 들어가시라고 했다.
깨끗한 피부에 맑은 눈과 반듯한 이목구비 그리고 적당히 큰키에 아주 선하고 잘 생긴 친구였다.
살짝 기분이 좋아져서 면접을 웃는 얼굴로 잘 보았고...
우리 둘다 대학교 합격을 하여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래도 입시날 서로 봤다고 좋은 인연이 되어 친구가 되었다.
이 친구는 아버지가 건설회사를 하시는 아주 부잣집 아이였고....
입학 초반부터 거의 점심을 이 친구가 사줬다.
뿐만 아니라 당시 인기였던 스쿠퍼라는 까만 스포츠 패션카를 몰고 다녔었다.
내가 밥을 사려고 하면...
" 호랑이는 풀을 먹지 않는다. " 하면서 허세도 부려가면서....
돈이 없는 날엔 나에게 돈을 빌리거나... 전자계산기를 전당포에 맡겨서라도
자기가 밥을 사곤 했었다.
그 모습이 싫지 않았고....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었다.
내 단골 떡볶이집 가면 날 예뻐 해주시던 주인아줌마가 그친구에게
" 이아가씨가 우리집에 오는 젤 예쁜 아가씨예요..." 하고
둘이 좋은 사이가 될수 있게 도와주시기도 하고
어딜가도 둘이 다니면 다들 예쁘게 봐주셨다.
하지만... 캠퍼스 커플은 아니었다.
친구는 공부도 잘했고... 어려운 점이 있으면 선뜻 잘 도와줬고...
전자계산기도 자기는 2개가 있다면서 아주 비싼 전자계산기도 하나 나에게
선물하곤 했었다.
나에게 너무나도 잘 해주었었다.
대학 생활이 이렇게 재미있고 행복한거구나... 생각했고...
학교를 가지 않는 토요일 일요일이 너무 지겨웠다.
첫 여름 방학이 지나고....
손꼽아 기다리던 2학기가 시작 되었다.
또 다시 행복한 학교생활이 시작되어 넘 반가웠다.
찬바람이 불기시작한 이맘때 학교앞에 새로이 멋진 레스토랑이 생겼다.
그 친구가 대부분 있는 레스토랑에 다 데려가서 맛있는거 사줘서 우리는
또 새로운 곳을 오픈하자 마자 방문했다.
갔더니 오픈 기념품으로 작은 성냥갑 9개가 3줄씩 3열로 들어있는 케이스위에 명화 그림이
그려져 있는 선물을 주셨다.
각자 하나씩 받아서 집에 놔뒀다.
주위에 담배피는 사람이 없어서 그냥 그렇게 있다가 사라진듯....
그러던 어느날
이친구가 선물이라면서 만프렛의 추억 오픈 기념 선물을 내밀었다.
" 나도 받았잖아..." 했더니
그거랑은 다르다고 했다.
그리고 성냥갑 9개중 하나를 열어보니 성냥 대신 초콜렛이 들어있었고...
각각 종류가 다른 초콜렛들이 성냥갑 8개에 하나씩 들어 있었다
" 더 좋은거 줄께." 하면서 마지막 성냥갑을 준다.
그 성냥갑을 열어보니....
오늘 새벽에 만난 바로 그 금목서가 짙은 향기를 머금고 성냥갑안에 있었다.
정말 감동이었다.
어쩜 이렇게 사람을 기쁘게 만드는지 늘 감동이었다.
편지도 예쁘게 써주고...
당시 김태춘, 이정석, 이문세등... 좋은 음악을 녹음한 테이프도 선물하고....
정말 나에게 많은것을 해주고 잘해 주었었고...
사람을 기분좋게 놀래키는 아주 멋진 재주가 있는 친구였다.
함께 영화 보러도 많이 갔었고....
10년후라는 호프집을 가서는
10년 후에 여기서 다시 만나자고도 했었다.
이제는 그 10년이 벌써 3번이나 지나 버렸다.
어쩄든 학교생활이 참 행복했었다.
그러던 어느날
이 친구랑 함께 어울려 다니다가 자연스레 내 단짝 친구도 함께 어울리게 되었고....
정말 김건모의 노래와 같이 이 친구는 내친구랑 커플이 되었다.
그리고는 점점 둘이 만나면서 나를 멀리하게 되었다.
나름.... 나의 첫사랑이었던...... 나만의 짝사랑이 되었던...... 친구가 내 제일 친한 친구랑 함께
떠나 버리고.....그리고 혼자 남아 버렸다.
당연히 그 친구가 더 이상 좋을 수가 없었고...미움과 원망이 생겼고....
둘이 잘 안되길 바랬다.
마음이 많이 아팠고.... 그간 행복했던 만큼 더 많이 외롭고... 그래서 혼자 된 시간동안
미술 학원 다니면서 그림도 그리고 영어 토플 학원 다니면서 영어도 배우고 그랬다.
덕분에 그림 실력도 늘고... 영어 실력도 늘어갔다. ^^
지나고 나서 보니 이때 익힌 영어와 그림 실력은 뉴욕 패션스쿨 FIT 유학의
씨앗이 되었다.
나의 바램이 간절했었는지......
그 친구와 내 친한 친구와는 얼마지나지 않아 결국 헤어지게 되었다.
내가 넘 기도를 많이 해서 그런가???
죄책감도 살짝 들고.... 내 뜻대로 되어도 마음이 편하고 즐겁지가 않았다.
그런데.... 어느 크리스마스 이브 집에서 뒹굴거리고 있던 어느날...
이 친구 전화가 왔다. 영화를 보러 가자고 했다.
그래서 나도 더 이상 어떤 감정도 남아 있지 않고... 해서
옛 추억을 생각하면서 만났다.
그때 봤었던 영화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때 였고....
이제는 다시 만나봐도 친구 이상은 아니었고..... 그 이후 각자 생활을 했다.
그러던 4학년 봄에 이 친구가 와서는
"승무원 시험을 보지 않을래?" 하면서 원서를 갖다 주었다.
친구의 친구가 항공사 다니고 있어서 원서를 받아서 내 생각이 나
갖다 준다고 했다.
의외였고....... 승무원이라는 직업은 정말 생각도 해본 적이 없는 직업인데....
이런 인연으로 원서를 적게 되었고....합격 하게 되었고....
이 친구 덕분에 승무원이 되었다.
괴로운 마음을 잊으려 했었던 영어공부가 승무원 시험에서도 큰 몫을 한듯 하다.
정말 이친구 덕분이었구나....
지나고 보니 정말 신기하다....
승무원이 되어서 처음 갔었던 도시가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때의 배경이었던 미국 뉴욕이었고....
또 뉴욕으로 유학을 가게 되었던 씨앗이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뉴욕에서 살던 집이 링컨센터 근처에 있었다.
어느 날 집 주변에서 영화 촬영을 하고 있었는데..........
주인공이 바로 해리와 샐리가 만났을 때의 주인공인 맥 라이언이었고...
바로 눈 앞에서 영화 유브 갓 메일을 촬영하는 맥 라이언을 만났고....
또 해리와 샐리를 만났을 때 영화가 떠올랐고.... 이 친구도 따라서 생각이 났었다.
지난 번에 주고도 뭘 줬는지 모르는 언니 글을 보면....
전혀 기대 없었던 상황에서 어떤 것을 받으면 너무나 소중하고 고맙게 여기게 되는데....
이 친구에게는 받으면 받을수록 기대감이 커지고...
내가 이 친구에게는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어했고....
내 기대를 충족 시키지 않으면... 화가 나는...... 아주 아주 나쁜 상황으로 가는 것이었다.
행복했던 만큼 불행이 같이 오는 그런 상황.
사실.... 나의 첫사랑이라고 이름을 붙이기에.....
그건 정말 사랑이 아니었고.... 집착이었던것 같다.
나에게 잘해준 것에 서서히 중독이 되어갔고......
잘해 주던것들이 멈추고 아예 다른 사람에게 잘해주는 모습을 보니
질투와 배신과 괴로움이 밀려오는 것이다.
사랑이라고 하면.....
그냥 떠올리기만 해도 행복해지고....
그 사람의 행복만을 빌어주고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 아닐까 싶다.
여전히 그런 어리석은 사랑을 반복하곤 했지만.....
30년 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가을이 되어 금목서의 향기가 나면 그 친구 생각이 났었고....
나에게는 기쁨보다는 아픈 추억으로만 반복되어 학습이 되어 있었고....
그 친구의 행복을 기꺼이 빌어주지는 못했었다.
오늘 금목서 향기에서는
친구가 주었던 기쁨과 행복만을 떠올려 본다.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넘나 좋은 친구가 따뜻하게 잘해주고.... 많은 행복한 추억들을 주었고...
늘 나를 감동시키려 고민 했을 그 친구의 진심을 만나본다.
단 한번도 고맙다는 말을 안했었던..... 아니 고마움을 느끼지도 못했었던....이친구에게
오늘 넘넘 고마웠다는 말을 하고 싶다.
그리고 진심으로 그친구가 행복하길 바래본다.
이제는 금목서의 향기가
넘 좋기만 하다........
대학교 1학년때....30년 전 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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