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 전.... 계룡산의 무상사에 있을때
함께 안거를 했었던 서오스님이 떠올라서 연락을 했더니...
벌써 영천 은해사 영천 포교당 청량사의 주지스님이 되어 있었다.
화계사 현각스님과의 인연을 시작으로 무상사에서 참선 수행을 시작했었다.
까닭도 모를 눈물을 엄청 흘렸던.....
무상사의 추억.
세번째 안거때 서오 스님을 처음 만나 함께 안거를 시작하였다.
그때는 숭산스님 돌아가신지 1년이 되어 막 제사 준비가 시작되었다.
숭산스님과는 회계사 템플스테이때 한 공간에는 머물렀었지만...
스님이 많이 편찮으셔서 그때 얼굴을 뵙지는 못했었다.
참 안타까웠었는데..... 스님의 돌아가신후 1주기 제사 행사를 서오스님과 함께
준비를 하고 손님들을 맞이하게 되었다.
처음 본 스님인데 예전부터 알던 분같이 친근했고...
넘 밝은 얼굴로 하나 하나 해야 할 일을 알려주신다.
그리고 일을 너무나 즐겁게 하시고.... 주위 사람들도 덩달아서 신나게 일을 하게
하시는 재주가 있었다.
전도 너무나 예쁘게 부치시고..... 반죽도 슥슥 재료를 부어 넘 쉽게 만드신다.
나는 청소는 싫어하지 않는데.... 먹는데는 별 관심이 없고.... 음식 만드는 일은 완전 꽝이었다.
그런데 스님 옆에서 함께 이것저것 음식 준비를 해보니....
어려운 것이 하나도 없고.... 넘 재미있었다.
세계 각국에서 많은 손님들이 오셨고....
무사히 큰 행사를 잘 마쳤다.
숭산스님의 큰 영정이 무상사 대웅전에 있었는데.....
참 신기하게 그 당시 내 마음 상태에 따라 숭산 스님얼굴이 달라 보였다.
내가 근심이 있으면 걱정해주고 계신듯한 표정.
내가 기쁜 일이 있으면 같이 기뻐 하고 계신듯한 표정.
요즘은 어떤 얼굴로 나를 보실까 싶다. ㅎㅎㅎ
절이라고 하면.....
그냥 할머니들이 가서 불공드리는 곳으로만 알고
소원이 있으면 가서 기원드리는 곳....
오래 전부터 내려오는 우리나라 문화재로써의 불교....
나는 불교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다.
그러던 나에게 미국 브라운대학이 있는 프로비던스에서 한국 불교를
가르치시던 숭산스님의 제자들이 쓴 책을 만나
불교를 다시 알게 되었다.
서양인들의 시각으로 본 불교는....
내가 생각했던 불교가 전혀 아니었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다시 보게 되었다.
그리하여 계룡산 무상사에서 안거를 나면서
여러 외국인 스님들과 외국인 친구들과 한국인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다.
특히 대봉스님과 대진스님은 정말 아버지 같이 따뜻히 대해주셨고... 넘 좋은 추억이 많다.
세번째 안거때 처음으로 한국 스님 두분을 만나게 되었다.
그 두분이 혜통스님과 서오스님이셨다.
한국 불교가 외국에 전해져서 외국 승려들이 중심이 되어 한국에서 수행하던 도량에서...
드디어 한국인 스님을 만났던 것이다.^^
한바퀴를 돌아 온듯 하다.
한국 불교.. 유명한 한국 스님이 누군지 전혀 모르던 나는
어느 날 갤로퍼를 타고 오신 세스님을 서오스님과 함께 맞이 하게 되었다.
서오스님은 그날 평소와는 넘 다르게 얼굴이 빨개지시면서
어쩔줄 몰라 하시고.... 당황을 하셨다.
나이가 많으신 스님 세분이셨는데....
나는 우리 숭산스님외에는 다른 한국 스님을 잘 모를 때라서
그냥 다른 할아버지들 대하듯이 차를 준비하고 맞이하고 이야기 나누었다.
무상사는 외국인이 몇명이나 수행을 하고 있느냐?
운영은 어떤 방식으로 하고 있느냐?
음식은 어떻게 먹고 있느냐?
아주 세세히 물어보셔서 아는 만큼 대답했고 세분이서 절을 한바퀴 돌아보시고 가셨다.
세 스님이 가시고는 서오스님께 누구냐고 여쭤 봤더니...
엄청 법랍이 높으신 스님들이라고 하셨고.... 그때는 그냥 그런가보다 했었는데...
지금 누구신지 다시금 궁금해진다.
다음에 서오스님 만나면 함 여쭤봐야겠다.
혜통스님은 주로 한국 예불 예법등을 담당 하셨고...
서오 스님은 이것 저것 가릴것 없이 모든 일을 하셨다.
특히 잊을 수 없는 것은 부처님 오시는 날을 맞이 하여
연등 만들기를 했던 날이다.
몇개를 만들어 보니 나도 제법 예쁘게 잘 만들어졌다.
흐뭇해서 하나 하나 만들어 가면서 서오 스님을 보니
연등들이 하나하나 예쁘기 뿐만 아니라...
정말 빠른 속도로 꽃잎들을 붙이셨다.
그리고 동방의에 구멍나거나 하면 바느질로 옷을 수선하시는데
바느질 솜씨도 넘 뛰어났었다.
수를 놓고 있던 나보다도 훨씬 예쁘고 쉽게 쉽게 바느질을 하셨다.
처음 서오스님을 만났을때 스님의 영어실력은 그야말로 아기 수준이었다.
하지만.... 근 한달도 되지 않아 영어로 외국인 스님들과
모든 의사 소통이 되었다.
정말 깜짝 놀랐었다.
스님은 그냥 아기 같았다.
스폰지가 물을 빨아 들이듯이 영어를 배워갔고....
눈을 반짝이면서 궁금한것을 그때 그때 하나 하나 물어 가며
금새 문장을 만드셨다.
아마..... 지금은 나보다 영어도 훨씬 더 잘하실 듯.
그때는 그냥 원더우먼 인줄 알았고....
어쩜 저렇게 모든일에 소질이 있는지....
그리고 절에만 계시기 아깝다는 생각까지 했었다.
이제 와서 생각하니.....
순간 순간 깨어 있으시면서 모든 일을 수행으로 하시는 것이었다.
늘 얼굴에는 밝은 빛이 나고....
대하는 사람들 모두모두에게 친절하고 밝은 얼굴로 행복하게 만드시고...
주어진 일 하나하나를
정말 쉽고 재미있게 하셔서 옆에 사람들까지 신명나게 만드시는....
나보다 한참 나이도 어렸지만...
스님은 정말 스승님이구나 하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다.
맑은 마음, 맑은 얼굴....
닮고 싶은 사람, 그리고 다시 만나고 싶은 좋은 인연이 있다는 것은
참 고마운거 같다.
곧.... 대구를 가야 할 일이 있을 듯 하다.
대구를 가는 길에 영천을 들러보고 싶다.
깊어가는 가을.... 영천의 맑고 밝고 아름다운 즐거움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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