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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맑은 서오스님과 놓친 버스가 만나게 해준 옛 친구.

달빛7 2019. 10. 11.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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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집 올라가는 엘레베이트를 기다리는데

어떤 아저씨 한분이 같이 기다리셨다.


내일 영천 가야되는데 양산터미널에서 영천가는 버스가 있는지

언니에게 물어보고

언니는 모른다고 대답을 하고 있었다.


갑자기 옆에 계시던 아저씨가

영천요???

하신다.


네...

대답을 하니....

제 고향이 영천입니다.

양산에는 영천가는 버스가 없고....17번 버스타시고

부산 노포 종합터미널에서 영천 버스 타고 가시면 됩니다.

하시면서 넘 반갑게 알려주셨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다음날 그 아저씨가 일러 주신대로 영천을 찾아갔다.

나는 영천을 처음 가본다.

1시간 10분 버스타고 경주를 지나 영천을 가는데....

날씨도 좋고....

맑은 날씨에 통도사가 있는 영축산도 아름답고....

원효스님의 경주.... 그리고 남산도 아름답고....

넘흐넘흐 좋았다.











그리고 영천터미널에 도착하자....

서오스님이 마중을 나오시기로 하셨는데....

스님은 안보이시고 수녀님 한분이 내 옆에 서 계시다가 택시를 타고 가신다.^^


잠시뒤 15년만에 서오 스님을 만났다.

음........

감동이었다.

정말 시공을 초월한다는 것이 이런것이구나..... 느낀다.


스님과  영천 한 한식당에가서 곤드레 점심을 먹었다.

1시 넘어서 점심을 먹어서 배가 많이 고팠었다.

넘넘 맛나게 싹싹 누룽지까지 잘먹었다.

스님이랑 먹으니 더 맛있다.






아직 옛모습을 많이 간직하고 있는 정겨운 영천.^^











서로의 외모는 15년간 변화가 없지는 않았지만....

마음은 함께 무상사 생활을 할때 그때 그대로 였다.


스님이 계시는 은해사 영천 포교당 청량사를 먼저 방문해서

부처님께 인사를 드렸다.


스님과 또 한분의 스님과  청량사에서 차를 한잔 하면서

서오스님께 요즘 일타스님 법문을 많이 듣고 일타 스님 일대기를 한자리에서

그냥 책한권 금방 읽어버린 이야기를 하니

은해사 대웅전에 일타스님 영정이 있다고 같이 가보자 하셨다.


정말 인연이라는 것이 있는 듯 하다.

일타스님의 강설 중 원효스님의 발심수행장 그리고 야운스님의 자경문 시리즈는

정말 어떤 드라마 보다도 재미있었다.

요즘은 세상이 좋아서 유튜브로 스님의 강설을 잘 들을 수 있다.

참 감사한 세상이다.


그리고  은해사로 출발을 했다.

아............

입구부터 감탄이 나왔다.

팔공산 뒷자락에 있는 아주 큰 사찰인데....

나는 처음 가봤다.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듯한  신성함이 가득했고....

얼마전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계곡과 연못과 댐등.... 폭포수같은 물길이

온 마음을 씻어줬다.


우리 서오스님^^













옛부터 황실 사찰이어서

은해사 다리 앞에는 비석이 있다.

대인과 소인 지위 고하 가릴 것 없이 누구든지 마차에서 내려서 다리를 건너라는 뜻이

새겨진 비석이다.









은해사 보해루를 지나 극락보전을 가니

정말 안경을 끼고 계신 일타스님의 영정사진이 있었다.

넘 반가웠다.

스님의 강설을 하나 하나 정말 재미있게 들었는데....

그 이야기 해주신 분을 뵈니 참 신기했다.

부처님과 일타스님께 인사 드리고 법당을 나왔다.





그리고 운부암으로 올랐다.

운부암은 보석같은 곳이었다.

아름다운 숲길을 3.5 km 걸어 올라가서 만나는 암자인데....

단청도 다 지워질 정도로 오래된 암자의 모습을 고스라니 가지고 있었다.






예쁘고 귀여운 불이문







그리고 부처님대신 관세음보살님을 모시고 있었고...

관세음보살님에게도 인사를 드리고 정말 우리나라 보물인 보해루에 올라봤다.


맑고 맑은 기운과 경치가 이루 말할수가 없다.

신선들이 노는 곳 같다.


세상에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아서 더 그런듯 하다.


맑은 곳에서 맑은 스님과 함께 하니.... 절로 맑아진다.

게다가 스님과 함께 하니 운부암 보살님께서 과일을 대접해 주신다.

주신 과일을 다 먹었더니....

마음은 다 비우고..... 배는 가득 채워서 내려갔다.














창이 하나의 액자가 되어 풍경을 더 아름답게 아껴서 보게 해준다.




















법정 스님의 지금 이 순간 글 중에서....

사는 일이 즐거워야 한다.

이 구절이 맘에 들어 온다....











잠시 딴 세계에 온 듯 했고....

보물같은 운부암이 후손들에게도 이대로 잘 물려지고 보존 되길 바래본다.


행복한 만남이었다.


서오스님이 영천 버스터미널에 내려주셨다.

정말 감사한 하루였다.



또 다음을 기약하면서  헤어지고 버스터미널에 들어서니....

6분전에 영천에서 부산가는 마지막 버스가 출발을 하여 더이상 부산 가는 버스가 없었다.


음.......

경주는요? 하니 경주가는 버스도 없단다.


그럼 부산 어떻게 가야 하나요?

했더니...

동대구를 가서 부산으로 가야 된다고 했다.


음..........

대구라....


할수 없어서 대구가는 버스를 탔다.

하양이라는 곳을 둘러서 가는 버스인데.... 퇴근시간이라 차가 많이 밀렸다.


가다가 보니... 경산이 있다.

아...........

또 울 원효스님과 아들이신 설총님의 고향 경산.


그리고 있으니....갑자기 문득...

몇일 전  옛 친구가  대구 있다는 소식을 전해주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맞다.

대구 가면 내가 연락한다고 했었지.......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보니 바로 받는다. ㅎㅎㅎㅎ

그리고  동대구 버스 터미널로 바고 온다고 했다.


갑자기 부산 가기 위해  경유해야만 하던 대구가....

친구를 만나러 가기 위한 목적지로 바뀌었고.

목적지로 바뀌니.... 살짝 지루하던 마음이 기대감으로 차 오른다.


역시 인생은 알수 없다.

안좋다고 생각한 일이 이렇게 오랜 친구를 만날 기회로 변한다.


서로 시간이 딱 맞아서 서로의 동대구 도착시간이 같았고....

10여년 만에 친구를 다시 만났다.

넘 반가웠다.


스님께 대접을 잘 받아 배가 불러서

저녁 안먹은 친구랑 가볍게 역전우동서 우동 저녁을 먹고

커피 한잔 하면서 그간 쌓인 이야기 했다.
















버스를 놓쳐서 만나게 된 친구.^^

넘 즐거웠고.... 친구가 부산 오면 다시 만나기로 하고

부산행 버스를 타고 집으로 잘 왔다.



정말......

세상은 뜻밖의 선물을 늘 주는 듯 하다.


내 뜻대로 안된다고 화내기 보다는..... 숨겨진 더 큰 뜻이 있는 것을 깨닫는 순간....

하나님의 은총이고....

부처님의 가피가 아닌가 싶다.



행복하고 감사한 하루였다.



그런데........

집에 와서 맑고 맑은 서오스님 글을 읽었다.

맨 마지막 구절에


곧.... 대구를 가야 할 일이 있을 듯 하다.

대구를 가는 길에 영천을 들러보고 싶다.

깊어가는 가을.... 영천의 맑고 밝고 아름다운 즐거움을 만나고 싶다.^^



이렇게 적어놓은 걸 발견을 하고

깜짝 놀랐다....

오늘의 최종 목적지는 옛친구 만나러 가는 대구였었던 것이다.....





덧붙이는 이야기....


15년전 무상사를 찾아오셨던 세 할아버지 스님중 한분은 암도 스님이시었다는

서오스님의 말씀을 듣고 암도 스님 법문을 들어보니....

정말 다시 마음에 새겨지는 감사한 말씀들이 쏙쏙 들어온다.

감사한 인연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