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산 숭산국제선원 무상사에서 지낼 때...
현공거사님과 일지보살님 부부가 오셨다.
그 두분은 부처님 가르침을 따르고...
누구든 아무런 사심없이 그냥 도우시는 보살도를
실천하시는 분들이시다.
무상사 대진스님의 요청으로
무상사에서 지낼때...
두분께서 나를 데리고 나들이를 가셨다.
늘 산을 다니던 내가...
절에만 있다가 차 타고 봄나들이 데려 가주셔서 넘 신이 났었다.
따스하고 밝은 햇살에 푸릇푸릇 연두빛으로 온 세상이 아름다워 보였다.
두분은 맨 처음 대둔산 태고사에 나를 데리고 가셨다.
태고사는 무량스님 책에서 읽어서 잘 알고 있었다.
미국 예일대를 졸업하신 어떤 미국인이 숭산스님을 만나
한국으로 와서 참선 수행을 하다가
태고사 도천스님 밑에서 불사 수행을 더 하다가
미국 캘리포니아 사막 테하차피에 태고사라는 절을 직접 지으신 분이 있다.
무량스님.
무량스님의 책 왜 사는가 2권을 사서 다 읽어 보았었다.
그 책을 통해 대둔산 태고사 설명을 들었고....
맨손으로 불사 하시는 수행을 평생 해오고 있는 도천 스님이야기가 나온다.
태고사에서 도천스님을 만나게 되었다.
자그마한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가 엄청났었고....
엄청난 불사의 결과를 보고는 입이 벌어졌다.
스님은 스님의 각종 공사 도구와 재료들을 넣어두는 창고를 보여주셨다.
첫 느낌은 미국의 홈디포 같았다.
큰 창고에 정리정돈이 너무나 잘 되어 있었고....
모든 것들이 제자리를 찾아 앉아 있었다.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냥 매일매일 맨손으로 조금씩 조금씩 불사를 하시고 계셨다.
도천 스님은 나를 보고
" 절 마이 해라...." 하셨다.
아마도 게으른 내 성격을 단번에 파악하신듯....
정말 존경심이 나왔다.
무량스님 책에서 도천스님 이야기를 읽고 나서 만나뵈니 예전부터 알던 분같고
더 친근하게 느껴 졌었다.
2011년도 입적하셨다고 한다.
그리고 나에게도 직접 집을 지어본다면 어떨까???.....
하는 씨앗을 주셨다.
태고사와 2011년도 입적하신 태고사의 도천스님
캘리포니아 태고사와 도천스님의 제자이자 캘리포니아 태고사 주지스님 무량스님
무량스님도 우리 숭산스님 제자이고... 무심스님의 법형제시다.
두번째로 두분은 공주 마곡사로 나를 데려 가셨다.
아주 아름다운 곳에 있는 절이었다.
우리 숭산스님이 마곡사에서 출가하셔서 득도를 하시고
고봉스님으로 부터 수계를 받으신 곳이다.
나는 숭산스님 일대기와 수행과정을 적은 책을 영어로 번역을 하던 중이라
책에서 숭산스님의 마곡사 수행기를 잘 알고 있었고....
또 이렇게 오게 되어 넘 감회가 새로웠고 감동이었다.
잠시.... 마곡사 부용암에서의 우리 숭산스님 오도송을 다시 만나 본다.
圓覺山下非今路 원각산하비금로
원각산 아래 한 길은 지금 길이 아니건만
背囊行客非古人 배낭행객비고인
배낭매고 가는 길은 옛 사람이 아니로다
濯濯履聲貫古今 탁탁이성관고금
탁탁 걸음소리 예와 지금 꿰었는데
可可烏聲飛上樹 가가오성비상수
깍깍깍 까마귀는 나무 위에 나는 구나
그리고 마곡사에서 마가스님을 뵙게 되었다.
밝고 화사한 미소로 맞아주시고.... 넘치는 카리스마가 멋져 보였다.
" 광월 보살님은 자기의 얼굴을 거울로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하고 물어보셨다.
내 법명이 광월이다. 빛나는 달.... 그래서 내 아이디는 달빛.
좀 당황스런 질문에....
" 예쁘다고 생각합니다." 하고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고는
풋... 웃음이 터졌다.
그랬더니
" 왜 웃으세요?" 하신다.
" 예쁘다고 하니 좀 부끄러워서요." 대답을 드리니...
" 음.... 예쁘다는 마음이 있고... 부끄러운 마음이 있군요. " 하셨다.
그때는 이런 질문을 왜 하실까???
궁금하지만 여쭤보지는 않았다.
이제는 알 듯 하다. ㅎㅎㅎ
그리고 아주 익숙하고 세련되신 동작으로 맛있는 차를 대접해 주시고....
날마다 좋은 날 이라고 적히고 예쁜 웃음이 그려진 찻상 덮개를 선물로 주셨다.
아직도 잘 간직하고 있다.
감사합니다.
공주 마곡사의 가을풍경과 마곡사에 계셨던 마가스님.
그리고 두분은 마지막으로 나를 산청 해동선원 성수 큰스님께 데리고 가셨다.
성수스님은 그전에 내가 아는 정보가 전혀 없었다.
나중에 안거를 결정하고 나서 알아 보니 아주 법랍 높으신 큰 스님이셨고....
경봉스님의 제자로써 아주 젊은 나이에 처절하게 도를 닦아서
일찍 께치신 분이셨다.
성수 큰스님에 대한 사전 지식이 전혀 없는 나에게
해동선원이 마음에 확 들어왔다.
왜냐하면....
해동선원은 산청군 금서면의 한 폐교 초등학교를 절로 만든 곳이었다.
해동선원을 들어서자마자 어린시절 할아버지 할머니랑 살던 시골 사택이랑 넘 닮아서
시공을 초월해서 5살 어린이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성수 큰스님은 나에게 꼬마야 하고 부르셨다.
넘 신기했다.
선원을 들어서자 나는 꼬마로 돌아갔었는데.... 스님은 나를 꼬마야 하고 부르시는것이었다.
그때 내 나이가 거의 40이 되어 갈때 였는데....ㅎㅎㅎㅎㅎㅎ
그 꼬마야 호칭이 잊혀지지가 않고..... 넘넘 좋았다.
그래서 바로 안거를 결정하고 스님과 참선을 함께 하면서 스님의 에너지를 받아보기로 결정을 했다.
게다가 현공거사님도 내가 여기서 안거하기를 추천해주셨다.
달빛이 지내던 시절의 해동선원.....
지금 인터넷으로 다시 찾아본 해동선원은 그때와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완전 시골 초등학교 모습 그대로를 간직했었던.... 성수스님과 함께 했었던 해동선원.
지금 생각하면....
두분이 왜? 왜?? 왜???
나를 도천스님, 마가스님, 성수큰스님을 만나게 해주셨을까 참 궁금하다.
나는 그냥 봄 나들이 따라 간다고 좋다고 쫄래쫄래 따라갔던 것인데....
그리고 그때는 그냥 마냥 좋기만 했었다.
지나고 보니.... 엄청난 인연들이고....
왜 나를 그렇게 좋은 인연을 지어 주셨는지..... 여쭤보고 싶다.
그리고 넘넘 감사하다.
나도 좋은 인연에 감사드리고.... 인연이 되면 다시 꼭 뵙고 싶다.
사실....한편으로는
그냥 두분은 신심 깊은 불자들이셔서
늘 다니시던 절을 그냥 그냥 다니신 것이고...
늘 산으로 들로 돌아다니던 내가
절에서 심심해 하고 있는 모습을 보시고는 좀 불쌍해서
아무런 생각없이 그냥 차에 남는 빈자리에 태워서 데리고 다니신 듯 하다.
그냥 무심히 하신 일이었지만....
나에게는 큰 은혜가 된 그런 거 같다.
몇 해전 성수 큰스님이 열반에 드셨다.
처음 아무것도 모르고 해동선원에 갔을때는
정말 우리 할아버지가 떠오르고.... 꼬마라고 부르시던 성수 큰스님은 정말 할아버지 같았다.
꼬마야 이리 가까이 앉아라...
꼬마야 밥은 묵고 참선하나?
꼬마야 일시켜서 미안하데이...
큰스님이라는 선입견이 전혀 들수가 없는 그냥 마냥 좋은 할아버지셨다.
다음에는 해동선원에서 성수스님과의 참선 수행 이야기를 떠 올려봐야겠다.
요즘은 내가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과 걸어온 길을 만나 보고 있다.
하루 하루를 떠 올리면 떠 올릴수록...
너무나 많은 은혜, 정말 하늘과 우주와 같은 은혜를 입고 살아 오고 있음을 깨닫는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새벽별이 반짝이는 것을 보고 깨달으셨다고 한다.
하지만... 그 새벽별은 석가모니 부처님이 깨달으려고 반짝인 것은 아니다.
그냥 별이 별의 할일을 하고 있었을 뿐인데....
문득...석가모니 부처님께는 깨달음으로 다가 온것이라 한다.
나는 누구로 부터 은혜를 입었지만...
그 누군가들은 나에게 은혜를 베푸려 의도 하신것은 아니고...
그냥 새벽별이 할일을 하며 반짝이듯 무심히 하신 일들이
나에게는 큰 의미가 되었구나... 싶다.
나도...
뭔가 나의 일을 그냥 그냥 하는데....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
그 새벽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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