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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고도 뭘 줬는지 모르는 언니.

달빛7 2019. 9. 19.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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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 말씀에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

하는 이야기가 생각이 떠오르게 하는 사촌 경이 언니가 있다.

울 경이언니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해주고도 하나도 기억을 못하는

정말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까맣게 모르게 하는 신기한 능력이 있는 언니다.


친언니인 영이 언니가 국민학교를 할아버지가 교장선생님으로 계시던

사천  봉계국민학교에서 1학년 2학년을 보내고 나자 엄마가

부산 큰 학교로 영이 언니를 3학년때 전학을 시켰다.

그러자 막 국민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 1학년이 된 경이 언니는

울 엄마에게

" 숙모 영이 좀 일찍 전학시키지... 내가 학교 졸업해서

잘 챙겨주지 못하잖아요." 하면서  아쉬워 했다.


그리고 어느날 경이언니는  국민학교 후배가된 영이언니를 축하하며

학교앞에 데리고 가서 떡볶기를 사주었다.

그런데 그 떡볶기집 옆집은 도장집이었고....

큰 도장이 간판이 되어 도장집앞에 매달려 있었다.

경이 언니 영이 언니 둘이서 떡볶기를 맛있게 먹으면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고 꺄르르 웃다가  경이언니가

그 큰 도장에 머리를 부딪혔다.

아마도 경이 언니는 틀림없이 기억을 못하고 있을꺼다.

역시 경이언니에게  물어봤더니 전혀 기억이 없다고 한다.

도장만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고 한다. ㅎㅎㅎ


그리고 영이 언니는 그때 경이 언니가 사준 쥐포튀김을

난생 처음 먹어보았다.

시골 학교 다니면서 먹어본 적이 없는 간식이었고.

너무 맛있었다고 했다.



내가 고등학교 졸업을 하게 되었다.

대입 시험을 마친 겨울날.

경이 언니 전화가 왔다.

"시험 치니라 고생 많았다. 맛있는거 사주께. "


그리고 경이 언니는 나를 광안리로 데리고 갔다.

7살때 가족들과 물놀이 가보았던 광안리....

중학교때 친구 어머니가 떡볶기 가게 해서 따라 가봤던 광안리...

내 머릿속 광안리 풍경은 해운대보다 한참 시골스런 그런 광안리였다.


그런데 1988년 12월의 광안리는 엄청나게 바뀌어 있었고...

예쁜 카페와 레스토랑이 줄지어 서있었다.

언니는 광안리 바다가 잘 보이는 예쁜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사주었다.

대입시험 마친 고 3에게는 엄청난 이벤트였고...

곧 대학 들어가서 친구들과 또 와야지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경이 언니가 너무나 고마웠다.





2001년 내가 너무나 존경하고 좋아하던 우리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해운대 한 병원 장례식장에서 밤을 샌 다음날

경이 언니가 찾아왔다. 너무나 반갑고 고마웠다.

밖에서 만나서 함께 장례식을 들어오는데....

그만 경이 언니가 조의금 봉투를 잃어 버렸다고 하면서

여기 저기 돌아보다가 찾지 못했다.

그러더니 잠시만...하고는

다시 은행에 들러 조의금을 찾아와서 함에 넣고 갔었다.

찾아와 준것만으로도 고마운데....




경이 언니를 몇 달전에 정말 오랫만에 다시 만났다.

거의 20여년 만에 만났지만.... 어제 만난듯 반가웠다.

남천동에서 만나서 함께 저녁을 먹고 이야기를 참 많이 했다.


나는 그 간 언니가 우리에게 해준 것들이 너무나 고마웠고

소중한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었는데...

언니는 전혀 기억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언니에게 나 고등학생때 광안리 데려가줘서 고마웠다고

이야기 하자

내가? 언제??

하고 전혀 모르고 있었다.


역시 아니나 다를까 언니는 울 할아버지 돌아가셨을때 조문 왔던 것도 기억을 하지 못했다.

나는 작고 사소한거라도 내가 누군가에게 뭔가를 베풀었다 생각이 들면

생색을 많이 내곤했었는데....

경이 언니는 참 신기했다. 해준걸 하나도 기억을 못하다니....



경이 언니는 우리 엄마나 언니 프사가 바뀌는 사소한 일에도

관심을 가져주고 예쁘다고 이야기를 해준다.

요즘같이 각박하고 삭막하고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남의 작은일에 까지 관심을 주기도 힘들고...

또 진심으로 예쁘다고 이야기 해주기도

참 쉽고도 어려운일이 되어서 나는 잘 못하는 일이다.


문득문득 언니의 애정어린 톡이 오면 참 반갑다.

항상 좋은말 예쁜 말만 해주는 경이언니.


오늘은  그동안 경이 언니가 우리에게 어떤 소중한 추억을 줬는지

경이 언니에게 알려주고 싶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어린시절 경이 언니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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