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잠시 학창시절로 돌아가본다.
문득 학창시절을 떠올려보니...
친했던 친구들과의 추억은
추억이 너무 많아서인지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미옥이.
김미옥.
내친구 미옥이는 중학교1학년때 우리반이었던 아이다.
국민학교도 같은 국민학교를 나왔고
미옥이가 4학년때 담임 선생님이 바로 우리 엄마였다.
미옥이는 2반 나는 5반.
국민학교때는 엄마가 미옥이 칭찬을 간혹 하셔서 그런애가 있다는
정도로 알고 있었다.
그리고 중학교를 가서 같은 반이 되었다.
미옥이는 키가 크고 좀 남자같이 생겼었고...
눈은 사시여서 항상 나랑 이야기를 하면 나를 보지 않고
내 옆을 보고 이야기 했었다.
그리고 나는 내 단짝 친구들이랑 어울려 다녀서
미옥이랑 같이 놀아본 기억이 없다.
우리 여중학교는 개교한지 3년이 되어 우리가 입학할 무렵까지도
학교 공사가 다 끝나지 않았다.
학생들까지 동원해서 나무심고 풀뽑기등등 일을 했던 시절이다.
수학시간대신 다들 1시간 밖에서 잔디의 잡초를 뽑아야 했고
수학 선생님이 검은 봉다리 하나씩 주시면서 잡초를 뽑아
가득 채워와야 한다고 하셨다.
역시 잔머리가 뛰어났던 나는 주위를 쫙 둘러보고 풀더미를 발견해서
얼릉 달려가 왕창 뽑아다가 검은 봉다리를 다 채우고
내 친구꺼 까지 채우고 구석진 그늘에 앉아서 수다 떨고 놀았다.
한참 놀고 있는데 봄햇살 아래서 묵묵히 앉아 하나 하나 잡초를 뽑고 있는
미옥이가 보였다.
그리고 1시간이 마칠즈음 미옥이는 그야말로 조그만 잡초들로 봉다리를
다 채우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뭉클했고.... 한편으로는 이해가 안됐다.
미옥이와의 기억은 그게 다였다.
그런데 어느 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미옥이가 나에게 와서
" 내일 저녁에 우리집 파티 하는데 올래?"
초대를 했다.
파티???
왠지 있어보이고 초대를 한다니 별일 없어서 흔쾌히 그러겠다고 했다.
그리고 다음날 공책을 몇권 사서 미옥이 집으로 찾아갔다.
지금은 큰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는 곳인데 그때는 주택들이 빽빽하게 있던 곳이다.
시장 근처서 미옥이를 만나서 같이 갔다.
미옥이 집을 들어서니....
부엌으로 들어가서 올라가면 방이 한칸 나온다. 그리고 미닫이 문을 열면
또 방이 한칸 더 있었다.
작은 방이었고.....
그날은 미옥이 아버지 제사날이었다.
잠시 당황했다.
파티라 했는데.......
친구들이 많이 올줄 알았는데......
참석자는 나 하나 였고....
미옥이 어머니와 미옥이와 미옥이아버지 제사를 같이 지내고
제사 음식으로 저녁을 잘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왜 나를....왜 나만 아버지 제사에 초대 했을까?
나랑 하나도 안친했고.... 나와의 인연은 울 엄마가 미옥이 담임선생님 했었던거 뿐인데....
그래서인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계속 의문이 들었고... 감정이 좀 복잡했다.
그리고 다음날 미옥이가 나를 보고 반가워 환히 웃었고
나도 웃어줬다.
막 친해지지는 않았지만....미옥이를 보거나 떠올리면
가슴이 따뜻해진다.
미옥이의 꿈은 학교 선생님이었다.
아마도 지금 좋은 선생님이 되어 있을꺼 같다.
오며 가며 인연이 닿으면 한번 보고싶고 물어보고 싶다.
그때 아버지 제사날 왜 나를 초대했는지?
미옥이는 사진에 없지만... 같은 반이었던 때. 저 어딘가 있을듯.^^
등돌리고 앉아있는 아이가 미옥이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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