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 전 부산 옛 MBC건물을 보면서 어릴때 추억을 떠올렸었다.
오늘은 부산 옛 초량 KBS 건물에 담긴 추억을 떠올려본다.
정확히 1982년 봄날이었다.
국민학교 6학년이 되었다.
당시 부산 KBS에서는 왕종근 아저씨가 진행하던
퀴즈로 배웁시다 라는 어린이 프로를 방송했었다.
국민학교 5학년때 단짝이었던 친구랑
퀴즈로 배웁시다 프로에 참가 해보기로 했다.
어느 일요일 친구랑 국민학교4학년이었던 내 여동생이랑
3명이서 초량 KBS건물을 찾아갔다.
수많은 아이들이 참여를 원했고
간단한 시험을 쳐서 방송에 나갈 사람을 뽑았다.
운이 좋게 우리가 뽑혔다.
뽑힌 사람들만 따로 불러서 대기실에 앉아 있고
내 여동생은 방청객에 앉아 있었다.
드뎌 우리 녹화시간이 시작되었다.
퀴즈로 배웁시다 에서는
두팀이 나와서
가로 세로 3개씩 문제가 숨어 있는데
문제가 나오고 답을 알면 먼저 부저를 눌러
빙고게임처럼 번호를 선택해서 한줄을 먼저 이어가면 이기는 프로 였다.
그리고 총 3번의 단계가 있다.
녹화가 시작되었고 여기저기 밝은 불이 켜졌다.
눈이 부시고 땀이 나서 안경이 자꾸 흘러내린다.
첫번째 1단계는 우리팀이 쉽게 이겼다.
2단계도 쉽게 우리팀이 이겼다.
잠시 휴식 시간을 갖고는 마지막 단계 녹화를 바로 했다.
가로 세로 문제중 먼저 가운데 문제를 맞추는 것이 이 게임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이다.
문제가 나왔다.
"영산강을 끼고 있는 우리나라의 제일 큰 곡창지대인 평야는? "
듣자마자 우리는 부저를 눌렀고.....
왕종근 아저씨가 우리를 쳐다보면서 " 정답은???" 하고 물어보신다.
친구와 나는 합창하듯 " 호남평야"를 외치고
땡 소리를 들었다.
방청석에 앉아 있는 내 똑똑한 여동생이 계속 나주평야를 외치고 있었는데
듣지를 못했었다.
기회는 상대방에게 넘어가고 그만 우리가 지고 말았다.
첫번째 티비 출연인데... 좀 아쉬웠다.
그리고 영산강과 나주평야는 그 이후 절대로 까먹을 수가 없었다.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우리는 안내자를 따라 사무실로 갔다.
우승은 못했어도 2단계 올라간 친구들에게 주는 상품이 있었다.
예쁜 우비였다. 모자도 따로 쓰는 망또 같이 생긴 우비 교환권을 받고
나왔다.
그런데 내 여동생이 없어졌다.
아무리 방송국을 찾아 다녀도 도무지 보이지 않았다.
집으로 가지 못하고 여기저기 방송국 안밖을 다니면서
동생이름을 부르면서 찾아 다녔다.
친구랑 찻길을 바라보며 인도에 서있는데
뒤에서 왕종근 아저씨가 어깨동무를 하면서
" 왜 안가고 있어?" 물어보신다.
" 동생이 없어졌어요." 대답하자 어떻게 하냐며 잘 찾아보라 하신다.
나도 잘 찾고 싶어요 맘속으로 대답했다.
아무리 동생을 기다리고 찾아도 안보여서
버스를 타고 일단 집으로 왔다.
그리고 부모님께 말씀드리니 여기저기 연락 하시고 찾으러 나가셨다가
들어오셨다.
때 맞침 전화가 한통 왔다.
어떤 아저씨인데 양정에 계셨고 울고 있는 동생에게 전화번호 물어서
전화를 해주신거다.
아버지가 가서 동생을 데리고 왔다.
동생은 울어서 눈이 퉁퉁 부어 있었고
얼굴에는 눈물자욱이랑 검정이 있었다.
초량에서부터 양정까지 울면서 걸어왔다고 했다.
초량에서 양정까지는 7키로가 넘는 거리인데
복잡하기도 아주 복잡하다.
국민학교 4학년이 어떻게 집을 찾아 걸어왔는지 정말 대단했다.
역시 울 동생은 똑똑하다고 감탄을 했다.
친구랑 내가 사무실에 가서 상품 교환권 받으러 간동안
우리를 기다리다가 안오니 혼자 놔두고 간줄 알고 있던
동생은 돈도 없이 혼자 울면서 걸어 집까지 오려 했던 것이다.
걷다가 걷다가 울다가 울다가 양정에서 어떤 아저씨가
왜 우는지 물어봐서 사정을 이야기 하니
집에 전화를 걸어주신거라 했다.
정말 걱정을 많이 했던 하루였다.
동생을 무사히 찾아서 다행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형제 복지원이 활개를 치던 시절이었다.
모르고 지나갔는데.... 아주 무서운 시절이었던.....큰일 날뻔 했던 사건이었다.
잃어버릴뻔 했던 울 똑똑이 여동생이랑 물놀이 하던 시절.... 봉계국민학교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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