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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친구 은선이...

달빛7 2019. 9. 20.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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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옥이를 떠올리다 보니...

중학교 나의 단짝이었던 은선이가 따라온다.


사실은 은선이랑은 단짝이어서

너무나 많은 추억을 공유하여 어떤거 부터 떠올려야 될지

모르겠다.


내친구 은선이는

딸셋에 아들하나인 우리집과

마찬가지인 집에 세째딸이다.

나는 딸셋에 하들하나인집에 둘째딸.

그래서 더 친해진듯.


은선이는 예쁜 얼굴은 아니었지만 성격도 쾌활하고

그림도 글씨도 아주 예쁘게 잘 그리고 잘쓰고

감수성도 풍부해서 나랑 편지를 서로 많이 주고 받았다.

그리고 화통하게 웃는 웃음소리가 정말 주위를 웃게 만들었다.


게다가 공부도 아주아주 잘해서 늘 반장, 전교회장을 도맡아 했다.


지금도 생생히 기억나는 시험이 하나있다.



국민학교때 부터 과학을 좋아하던 나는

물상과 생물등 과학은 누구보다도 잘했고 거의 100점을 받았었다.

특히 물상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과목이었고.... 대학도 물리학과로 자연스럽게 가게 되었다.


어쨌든 시험기간이 되어

공부를 열심히 했고.... 생물 시험 시간이 왔다.

나는 100점 자신이 있었고....

시험을 쳤다.

다 쉬웠다.... 다 아는데..... 딱 한문제가..... 전혀 모르는 문제가 나왔다.

책을 그렇게나 봤는데.... 책에서 절대 보지 못했던 문제가 나온것이다.

뭐지???  선생님이 실수로 책 외에 다른곳에서 문제를 내셨나????

나는 완전히 모르는 문제였다.


아직도 그 문제가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환경 요구 조건이 비슷한 개체군이 생활 공간, 먹이 등을 서로 나누어 가져 경쟁을 피하는 현상을

무엇이라고 하는가?


나는 정말정말 책에 없었다고 생각하고 100점을 못받게 되어 선생님을 원망했다.


시험이 끝나고 채점을 했다.

선생님이 우리반에 그 문제를 맞춘 학생이 한명이 있다고 했다.

누구지?


바로 은선이였다.

그리고 그 문제는 책에 나와 있었다.

나누어 살기 설명이 그림으로 나와있고.... 그림밑에 나누어 살기 정답이 적혀 있었다.

아!!!!

책의 글자만 봤었는데.... 그림 설명을 그냥 지나쳤었던 것이다.

그걸 은선이 혼자만 봤다.


사소한 것의 차이가 이런 거구나 하고 크게 배웠었다.


그렇게 똑똑한 은선이는 경찰 간부셨던 아버지와 가정주부셨던 따뜻한 어머니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은 친구다.

나도 누구 못지 않게 좋은 부모님밑에서 잘 자랐다고 생각했지만....

은선이는 참 부러웠다.


아버지가 미국 출장 다녀 오시면서 사오셨던 빨간 나이키 운동화.

또 하루는 은선이 어머니가 수업시간에 우리 교실 뒷문을 살짝 여셨다.

그리고 키가 커서 맨 뒤 앉아 있는 나를 보시곤 웃으시면서 속삭이셨다.

"은선이 도시락 좀 전해 줄래?" 그러시고는 보온 도시락을 주시곤 문을 살짝 닫고 돌아가셨다.

나는 은선이 도시락을 전달 전달해서 은선이 옆까지 잘 도착한걸 확인했다.


점심시간이 되자

은선이는 너무나 당연히 옆에 있는 큰 보온도시락을 책상에 올려 점심먹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물어봤다. " 그거 니가 가져온거가?"

그러자 은선이는 당연한듯.... "어"  한다.

그래서 어머니 다녀가신 이야기 하니 교실이 떠나갈듯 꺄르르 웃었다.

은선이도 웃고 나도 웃고 다들 한바탕 웃었다.


그랬다.

늘 바쁘신 울엄마는 한번도 도시락이나 우산 가져다주신적이 없다.

가진거는 잘 모르고 남들 부러운게 보이던 시절.

은선이는 미모 빼고는 다 가진 아이였다.


수업시간이 끝나도 은선이랑 둘이서 그림그리며 수다 떠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학교에서 놀았다.

그러면 일직 선생님이나 숙직하시던 남자선생님들이 우릴보시곤 집에 가라고 하신다.

저녁까지 놀다가  일직 마치신 수학선생님, 숙직하시려던 체육선생님등등

선생님들이 저녁을 사주신적도 많다.

학창시절 중 중학교 3학년때가 가장 행복한 학창시절이었다.


그리고 고등학교를 각자 다른 학교로 가게 되었고...

은선이랑은 편지만 주고 받았다.

지란지교를 꿈꾸며....등등

시도 적도 글도 적고... 그림도 넣고...

고등학교시절은 학교에 늦게까지 갇혀있던 시간이었다.

너무나 싫었다.

중학교때는 선생님들에게 쫓겨서 집으로 갔었는데....

고등학교때는 반대로 선생님들이  집에 못가게 하신다.



어느 날 부터 편지가 오질 않더니 서로 연락이 끊어졌다.

서로 대학을 가고 바쁘게 지내다가 여대 축제 놀러갔었다.

거기서 은선이를 우연히 만났다.

너무나 반가웠다.


그간 은선이에게 많은 일들이 있었다.

고등학교때 은선이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했다.

나에게 말을 하지않았었다.

그리고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집안도 기울어서

원래 가고싶어하던 학교를 포기하고

전액 장학금을 주는 학교를 선택해야 했었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은선이는 아버지를 정말 정말 좋아했었고... 참 부러워했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너무나 힘이 들었고

그래서 편지를 보내지 않았다고 했다.


자주 연락하자고 하고선 나는 유학을 갔고

미국서 잠시 귀국했을때

아이러브스쿨을 통해 은선이랑 또 연락이 닿았지만....

또 다시 미국으로 오고...

헤어지고....

연락이 끊어졌다.



오늘 다시 은선이를 마주해본다.

그 시절로 돌아갈수는 없지만...

은선이를 떠올리니 그때가 되살아나면서

가슴이 따뜻해진다.


인연이 닿으면 또 좋은 친구로 만나자... 친구야.










내 좋은 친구 은선이와.... 저녁도 사주시고 맘씨 좋으셨던 옆반 선생님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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