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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했던 태권도 배우기와 오동잎.

달빛7 2019. 10. 30.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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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길에서 가을 낙엽을 만나니....

최헌 아저씨의 오동잎 노래가 생각이 난다.

오동잎 한잎 두잎 떨어지는 가을 밤에....로 시작하는....

그리고 태권도가 떠오른다.




국민학교 3학년때 왜 태권도를 시작했는지 모른다.

나는 태권도장에서 유일무이한 여자아이였다.

누가 시킨것도 아닌데....

그냥 내가 태권도 하고 싶다고 해서 시작을 했었다.




빼빼 마르고 키가 컸고...

팔 다리가 길었다.

그리고 몸도 유연해서 태권도가 정말 잘 맞았고...

넘넘 잼있었다.




힘도 좋아서

기왓장 격파할 때는 태권도장 바닥까지 다 부술 기세로

내리쳐서 손을 다치기도 했었다.




태권도 자체도 재미있었고....

넘치는 에너지 발산하는 것이 좋았다.

피아노 시간이랑 완전 반대였다.

얼른 태권도 시간이 오길 바랬었다.




나는 태권도장에서 유일무이한 여자아이였다.

4,5,6학년 오빠들이 있었지만...

오빠가 없던 나는 오빠라고 부르기가 어색해서

거의 호칭을 부르지 않고 지냈었다.




오빠들 그리고 아주 귀여운 남자 동생들이 많이 생겼고....

나는 모두의 관심과 사랑을 듬뿍 받았었다.

거의 모든 오빠들로 부터 연애편지를 다 받았었다. ㅎㅎㅎ

새침하고 쿨한척...

그 편지들을 다 찢어버렸는데....

단 한 오빠의 편지는 좀 오래 간직하다가 버렸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아깝다...ㅠㅠ





그 오빠가 태권도를 제일 잘한 오빠였고...젤 잘생겼었고...

태권도 도장 장기자랑 시간에 최헌 아저씨의 오동잎을 불렀었다.

노래도 잘했지만... 그 오빠의 이름에도 헌 자가 들어 있어서

아직도 기억이 난다.

오동잎 한잎 두잎..떨어지는 가을밤에......

그래서 그 노래를 들으면 그 태권도 오빠가 떠오르곤 했었다.





학교를 가도 울 도장 오빠들과 동생들이 많아서

늘 든든했었고....

울 반에도 나랑 태권도를 같이 배우는 남자아이가 있었다.

그애 엄마도 참 나에게 잘해주셨다.




태권도 자체도 재미있고....친구들과 노는것도 재미있었고...

다 좋았었다.

2년간 태권도를 했었고.... 빨간띠가 되었고...

품띠 승급심사를 끝냈고...이제 검은색반 빨간색반 품띠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태권도 겨루기 시합하는 날이었다.

나는 키도 많이 컸고... 겨루기 상대가 내 또래 중에는 없었다.

같은 학년 남학생들은 넘 작았고...

또 태권도도 나보다 못 했었다.




울 사범님은 나의 겨루기 상대로 5학년 덩치도 큰 오빠

그것도 나는 품띠를 받지 않아서 아직 빨간띠인데....

검은띠 오빠랑 붙게 하셨다.




그 덩치 큰 검은띠 오빠의 돌려차기에.....

발 뒤꿈치가 정확하게 내 왼쪽 눈을 강타했고....

나는 쓰러졌는데....

왼쪽 눈이 떠지지가 않는다.

완전히 왼쪽 눈 두덩이가 부어 터져있었다.

권투선수들 두들겨 맞아  눈 부은 것과 같이....




눈을 감싸고 집으로 들어가자....

집안이 난리가 났고....

태권도는 우리집 금지어가 되었고...

나의 태권도는 그렇게 막을 내리고 말았다.




한달이 지나

겨울 방학이 되자....

부었던 눈두덩이는 다 가라앉고 파랗게 멍만 남았는데...

눈알은 실핏줄이 다 터져서 빨갛게 토끼눈이 되어 있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 겨우 다 회복이 되었다.




내 안과 의사 친구가 하는 말이...

그때 조금만 더 심했으면 실명 했을 수도 있다고 했다.

천만 다행이었다.




내가 하도 태권도를 재미있어 하니

날 따라 태권도장 등록 했었던 내 동생은

겨우 한달 다니고 노란띠가 되었는데....

내가 다치는 바람에 같이 그만 두어야 했다.

미안하구로....





태권도를 그만두고 어느 날 티비를 보는데...

나랑 같은 학년의 영화배우 김혜수가

태권도복에 검은띠를 매고 티비 선전에 나온다.

마일로 선전.

넘 부러웠었다.

검은띠....





그리고 잊혀진 태권도인데.....

미국에서 수년 전 태권도장에 간 일이 있다.

아랍계통 희잡을 쓴 아줌마가 딸이랑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딸아이가 빨간띠 였는데... 태권도를 그만 하고 싶다고 하고 있고....

아줌마는 아이가 검은띠까지는 계속 하라고 설득을 하고 계셨다.

그러면서 나보고 아이에게 한마디 해주라고 하신다.


ㅎㅎㅎㅎㅎㅎ


나는 태권도가 참 좋았었다.

너는 태권도가  재미가 없니?

딱 너만할 때 빨간띠 였는데.... 눈을 다쳐서 할 수 없이 태권도를 그만 뒀었는데...

지금도 검은띠 보면 부러운 마음이 있단다....



결정은 그 아이가 했겠지만...

그 아이를 보면서 내 어린시절이 떠올랐었다.



그때 눈을 다치지 않았으면

태권도를 계속 했을꺼 같고....

인생이 또 달라졌을까?




어릴적 배운 태권도 덕분에 아직도 몸이 유연하다.

다리 찢기도 잘 되고...

어떤 운동을 해도 쉽게 쉽게 배울수 있었다.

특히 검도 그리고 발레 무용.^^

그래도....

어린시절 내가 제일 좋아했었던 태권도.




오늘... 가을 낙엽에 태권도 배우던 어린 시절을 만나본다.







열심히 태권도 배우던 시절 달빛.^^





우연히 찾은 어린시절 일기에서 태권도의 추억을 다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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