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보다 좀 늦게 아침 운동을 나갔더니...
무지개가 있다.
일찍 왔으면 보지 못했을 무지개.^^
철봉에 대롱거리면서 무지개 감상을 하니
떠오르는 작년 기억이 있다.
울 남동생은 계절 중 가장 화려한 5월말에 태어났다.
장미가 아름다운 계절...
작년 5월 남동생 생일 축하를 하고 장미공원에서 온가족이
예쁘게 사진을 찍었었다.
넘 행복한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 아침...
부모님과 함께 아침운동을 하고 나는 먼저 집으로 왔었다.
한참 뒤에 엄마가 너무나 힘들어하시면서 겨우 겨우 기다시피
집으로 오셨다.
내가 먼저 집으로 가고 난 뒤...
운동기구들 중 철봉에 장갑을 낀채로 매달렸다가
그대로 떨어져 주저 앉으셨는데 일어나지를 못해 한동안 앉아 있다가 오셨다고 한다.
침대에 누워 꼼짝을 못하시고... 화장실도 기어서 가시면서 하루를
버티어 보시다가....
다음날 아침 도저히 움직이지 못하셔서 119를 불러 병원에 가셨다.
세상에....
척추 아래 골절이 되었던 것이다.
즉...뼈가 부러진것이다.
바로 입원을 하셨고.... 예상 입원기간은 3주라 하셨다.
그래도 그만하기 정말 다행이었다.
엄마가 입원을 하시고는 정말 침대에 누워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셨다.
겨우 옆으로 돌아눕기만 가능하셨다.
나는 얼떨결에 엄마 병간호를 해야 했다.
나같은 놀돌이가..... 그것도 제일 놀기 좋은 6월에......
밥도 누워서 드셔야 했고...그래서 떠 먹여드려야했고....
물도 따뜻한 물을 빨대에 꽂아 드리고
양치....
심지어 화장실도 못가시는....
등등 엄마가 혼자 하실수 있는 일은 없고.... 내가 다 해드려야 했다.
첫날은 그냥 기냥 지나가고...
둘째날이 지나가고...
세째날이 지나간다.
슬..... 힘이 든다.
병원에서 잠을 자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점점 힘이 들어가고 있었다.
6인실 병실에는 각각의 병명으로 다양한 분들이 계셨고
병간호는 대부분 간병인들이 하셨다.
어떤 간병인은 환자와 싸우고.... 보호자에게 돈을 더 요구하기도 하고...
어떤 간병인은 존재 자체가 밝음이었다.
너무 신기했다.
웃기는 농담도 많이 하시고 늘 밝고 에너지 넘치고
행복해 하시는 것이다.
같은 일을 하는데 이렇게 다를 수가....
신기했다.
엄마 바로 옆 침대 간병인인 김여사님이 그 밝은 분이신데
정말 쾌활하시고 성실하셔서 그 분만 있으면 병실 분위기가 확 밝아졌다.
농담도 잘하시고 웃기는 이야기도 잘 하셨다.
그래서 친하게 지내고 도움도 많이 받고 있었다.
어느 날 김여사님이 복도에서 커피를 한잔 주시면서
칭찬을 해 주신다.
엄마 간호를 참 잘하네.....
참 좋겠다...
나는 간호해드릴 엄마도 안계시는데......
하신다.
예전에는 식당에서 일을 하시다가
간병인이 되신지는 10년이 넘었다고 하셨다.
어머니는 간병인이 되기 전에 돌아가셨는데...
지금 간병인 경력이 10년 넘어서
어머니가 아파 누워계신다면 정말 잘 할 수 있는데....
하시면서 안타까워하셨다.
하도 수건을 빨고 짜고....
엄마 마사지 해드리고....
팔목이 아프고...
손도 팅팅 붓고...
얼굴도 팅팅 붓고....
놀돌이가 놀러도 가지 못하고....
밤에는 여러명의 코고는 소리에 잠도 못자고....
너무 너무 힘들어서 언니가 도와줄 주말만 목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는데...
김여사님은
내가 너무나 부럽다고 하신다.
아...........
내가 힘들어 하는 이 시간들이
다른 사람에게는 부러운 시간이 될수도 있구나....
그렇지...
모든 순간은 소중한 순간이고 소중한 경험이구나.
그리고 주위를 돌아보니...
주로 연세가 많으신 할머니들이고...
간병인들이 환자를 돌보고 있었는데....
많이 안 좋으신 분들이 많았다.
언제 퇴원하실지 기약없으신 분들이 많았다.
나는
겨우 길어야 한달인데.....
넘 힘들어 하고 있었구나.....
기왕 하는 일이고... 피할수 없는 일이면.....
즐기자.
김여사님 말씀대로 이 또한 얼마나 소중한 추억이 될까...
작전을 바꿨다.
병원 앞에서 한잔씩 사마시는 아메리카노가 넘 맛있다.
매일 아침 눈 뜨면서 아메리카노 한잔...
맛있는 점심 사먹고 또 아메리카노 한잔...
옆에 마트에서 좋아하고 맛있는 과자도 잔뜩 사놨다.
ㅎㅎㅎㅎㅎ
엄마 입원을 핑계로 먹고 싶은거 맘껏 먹고...
너무 잘 할려고 애쓰지도 않고...
병원이 내 집이다 생각하고 아니 청소도 해주시니 호텔이다. 생각 하고
맘 편하게 지냈다.
마음이 편해지니 시간도 잘 간다.
시간이 흘러 엄마 퇴원 날이 되었다.
응급차에 실려 온지 한달만에....
드디어 퇴원을 했다.
엄마가 입원 하신 동안 엄마랑 더 많이 친해진 듯 했다.
울 엄마는 1년이 지난 지금은 전 세계를 누비며 여행을
다니실 정도로 말짱 해지셨다.
지금도 지하철을 타고 지나가다가 그 병원을 보면 그 병원 앞의...
여러 맛집들 기억이 지나간다.
특히 커피가 맛있었던 기억이 스물스물 올라온다.
어쩔 수 없는 상황들이 와도....
내가 그 상황에서 최대한 할수 있는 행복 찾기.
그것을 배웠던 소중한 경험이었다.
행복의 무지개는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속에 있구나..
그래도 이젠 앞으로 철봉 매달리기는 맨손으로 하기.!
장갑끼고 하기 없기.!
라스베가스 순회 여행을 막 마치신 우리 조여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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