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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ce, Dance, Dance.

달빛7 2019. 10. 18.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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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언니는 국민학교 2학년때부터 학교 무용부였다.

짙은 화장.... 미장원에서 예쁘게 말아올린 머리.... 예쁜 한복을 입고....

조명이 밝은 무대에서

화관무 그리고 부채춤을 추던 언니 모습에서 처음 무용이라는 것을 알았다.


나도 무척 하고 싶었지만...

그런 것을 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없다.

그냥 언니가 하는 것이고 어렸을 때는 나의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래도 음악이 나오면 신이 났었고....

중학교 입학하니 1주일에 한시간 무용시간이 있었다.

넘넘 행복한 시간이었다.

단 한번도 A 그레이드 이하를 받은 적이 없다.

에어로빅부터 한국무용, 발레, 포크댄스 등등

조금씩 감칠맛 나게 배우는 무용은 갈증을 더 했고.....

무용 음악들도 넘 좋아서 감상하곤 했었다.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 인형....

백조의 호수...

등등

무용이 좋아서.... 무용선생님까지 좋아졌다.



드디어 고등학교 졸업을 하고......

바로..... 곧 바로....

우리 대학교 앞에 있던 무용학원에 등록을 하고

무용을 배웠다.

한국무용과 발레.

넘넘 재미있었다.

1학년 초.... 늘 신입생 환영회다 뭐다 해서 모임이 많았다.

거의 모임에는 참석을 하지 않고....

학교 수업이 끝나면...곧 바로 무용학원을 갔었다.


어린 시절 태권도를 해서 그런지 몸이 유연했었고....

선생님의 칭찬에 신나서 넘 즐겁게 무용을 배웠었다.

어떤 목적은 없었다.

그냥 무용이 좋았다.


울 대학 교양과목에도 무용과목이 있었다.

그래서 몇 달간 다녔던 학원을 그만두고...

교양시간에 체육학과 한국 무용과목을 신청했다.

앗.......

그런데.......

체육학과 데모가 시작되면서.....

수업이 흐지부지 되어 버렸고......

나의 무용 배우기는 그렇게 막이 내렸고...


그 이후는 친구들과 나이트 클럽가서 춤추고 놀기 바쁜 시절을 보냈었다.


이렇게 저렇게 시간이 흘렀고.....

미국 맨하탄 링컨센터 옆에 살때.... 본격적으로 패션 공부를 하게 될   FIT 입학을 앞두고

포담 대학 어학원을 몇 달간 다녔었다.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닌 포담대학은 뉴욕의 아주 명문대중 하나 였다.


그 시절이 시험이나 공부 스트레스도 없고.... 자유롭고....또 새로운 곳에서 아기 같은

호기심으로 하나하나 신기하게 다 받아 들였던 시기 였었고.... 젤 재미있었던 시기였다.

한마디로 Fresh 했었던 시절이다.


포담 어학원에는 한국유학생들보다 일본 유학생들이 많았고..

교꼬라는 일본친구가 내 단짝이 되었다.


둘다 직장생활도 하다가 와서 나이도 경험도 비슷하고...

키도 비슷하고 헤어스타일도 비슷해서...

미국 선생님들은 우리 둘을 헷갈려하시고 쌍둥이인줄 아시곤 했었다. ㅎㅎㅎ


후쿠오카에서 온 교꼬는 나보다도 더 매운 음식을 잘 먹고 한국음식을 좋아 했었고....

정말 착하고 좋은 친구였다.

아무리 요즘 일본과 한국이 사이 좋지 않아도 친구는.... 우정은 ... 그런걸 다 초월한다.

보고 싶은 내 친구 교꼬.......



그런데.... 토모에라는 일본 친구가 한명 더 있었다.

나이는 나보다 한참 어린데....

짧은 숏커트에 하얗고 늘 웃는 얼굴에 웃을때 마다 덧니가 보이는 전형적인 일본 여자애였다.

늘.... 수줍게 웃기만 하고 말은 없었다.

일본애들이나 우리 한국애들이나.... 영어가 안 늘긴 매 한가지였다.

그래서 잘 통했다. ㅎㅎㅎㅎㅎ


러시아, 프랑스, 그리스, 중국,심지어 아프리카 아이들까지도 영어가 금방 금방 늘어서 참 부러웠었다.



토모에는 영어 수업만 마치면  허겁지겁 가방 챙겨서

늘 사라진다.

우리는 영어 수업 마쳐도 함께 놀러 다니고 저녁도 먹고 놀다가 집에 가는데...

단 한번도 토모에는 우리랑 밥을 먹거나 논적이 없다.


교꼬에게 토모에는 무슨 알바 하는지 물어봤다.

그랬더니.....세상에.....

그 얌전한 토모에는 수업 마치면 댄스클래스 들으러 다닌다고 했다.


우와........

멋지다............

아............

나도 가고 싶다.


갑자기 토모에가 친하게 느껴졌고....

다음 날 토모에에게 댄스스쿨 다니는지 물어보니 그렇다고 했다.

나도 가도 되냐고 물었더니

한시간씩 클래스 끊어도 된다고 하면서 같이 가자고 했다.


아...........

가슴이 떨린다.


수업시간이 넘 길다.....


겨우 수업 마치고.....

토모에 따라서 브로드웨이 댄스스쿨을 갔다.

학교랑 집에서도 아주 가까운 곳에 있었고.....

늘 그 앞을 수 없이 지나 다녔었는데...... 전혀 몰랐었다.

우리나라처럼 간판이 밖으로 나와 있는 것도 아닌 아주 오래된 고풍스런 건물 3층에

댄스 스쿨이 있었다.


한시간렛슨이 10불 했었다.

그냥....티셔츠랑 청바지 입고 토모에를 따라갔었다.

잠시 뒤 토모에가 옷을 갈아입고 나온다.

탑위에 헐렁한 티셔츠 레깅스에 발목워머.....

완전히 플래쉬 댄스의 제니퍼 빌즈다.

멋지다....


다른 애들 모두 멋지다.

다들 레깅스에 몸매도 예쁘고.... 배꼽에 피어싱을 하고....선탠도 하고....

각각 각 나라 애들이 모여서  다리를 풀며 준비운동을 하고 있다.


시간이 되었고.....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아..........

넘 잘 생겼다.


마돈나의 보그 뮤직비디오에 나온 백댄서중 한분이다.

걸음걸이가 다르다.

몸도 활짝 펴서 들어오면서 얼굴도 활짝 펴서 인사를 한다.

가심이 쿵덕거린다.....


토모에에게 넘 잘 생겼다고 하자.....

선생님은 남자를 좋아한다고 한다.

아...............

실망이다.


거의 1시간 정신이 없었고..... 거의 따라가질 못했다.

수준이 넘 높았고....

나는 저기 초급을 갔어야 했다.


알고 봤더니 상급중 상급 클래스였고....

대부분 뮤지컬 배우나 연기자들 이었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더 못따라 했고....주눅이 들고....

한시간의 렛슨으로 두번 참석하고는 그냥...... 그만 두어버렸다.

초급으로 내려가기 싫었고....

좋은 경험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시간이 흘러  패션스쿨을 다닐때도.....

브로드웨이 댄스 스쿨을 지나갈때면... 한번씩

미련이 남곤 했었다.


하지만... 언제든 다시 할수 있을꺼란 생각에

위안하며 하루 하루 지나갔다.




오늘 아침 비가 오기 시작한다.

집에 다시 가서 우산을 들고 늘 가는 산책길을 갔다.

비가 오니 운동기구쪽에 아무도 없다.

비 맞은 철봉에 함 매달려보니 저기 다리가 보인다.

아......

다리 밑에서 체조나 하고 가야겠다.

가니..... 많은 분들이 모여서 기체조를 하고 계신다.

스텝을 밟고 계신다.

다들 신나하신다.

같이 몸을 풀고 움직여본다.



빗방울에 바람에.... 나무도 춤을 추고 있다.

나도 춤을 추고 있다....

다들 춤을 추고 있다.......




그래.....

춤은 꼭 어디서 배워야 되는게 아니지.

신명나는 이 세상은 한바탕의 춤 판이구나.....






마돈나 바로 뒤 백댄서가 브로드웨이 댄스스쿨 선생님.^^








Johann Strauss - Morgenblätter  

요한 스트라우스의 조간신문.

넘넘 좋아하는 춤곡이고 춤이다.

이번 생에는  요기까지만은 배워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