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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여동생

달빛7 2019. 10. 16.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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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집은 딸이 셋이다.

줄줄이 세번째 딸이 태어나자

울 아버지는 딸의 이름을 정말로 섭섭하다고

정섭이라 지으셨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너무 하셨다.




겨우 늦둥이 귀한 아들이 뒤에 태어났었다.

울 여동생이 고추밭에 터를 잘 팔아서 그렇다.



울 서비는 늘 하얀 복돼지처럼 뽀얗고 복숭아빛 얼굴에

통통하고 귀하게 생겼었다.

시골 조그마한 국민학교에 할아버지가 교장선생님이셔서

그 학교에 1, 2학년을 다니다가 부산으로 전학을 왔다.

울 동생 국민학교 1학년때...

사천 조그마한... 지금은 폐교가 된 시골 학교에서

동화구현대회 대표로 울 동생이 나가서 심사위원들이 놀랬다고 했다.

나중에 그 심사위원중 한분이 할아버지와 같은 학교에서 선생님으로

근무하시면서 그 이야기를 해주셨다.


40여년전 조그만 시골학교에서 동화 구현하러 온 아이의 이미지와는

완전히 다른... 서울 부잣집 아이의 이미지였던 것이었다.

그리고 당연히 상을 받았었다.






어린시절에는

주로 언니와 나는 늘 시간을 같이 보냈었고...

내 여동생과 남동생이 시간을 같이 많이 보냈었다.

학교를 들어가면서 언니보다는 여동생과 학교도 같이 다니고

중학교도 같이 다니면서 시간을 더 많이 보냈었다.



어릴때 언니와 나를 늘..... 감시하면서...

엄마에게 꼰지르곤 하던 고발쟁이....내 동생.



그리고 중학교때는 공부를 넘넘 잘 하는 동생은

선생님들 사이에도 유명한 아이였고....


우리반을 찾거나 나를 본 선생님은

니가 서비 언니가? 를 물어보신다.

보통은 언니가 학교에 먼저 다니고 있으면

니가 누구 동생이가? 물어보기 마련인데.....



울 서비는 너무나 똑똑해서 그냥 천재인줄 알았었다.

학교 공부 뿐만 아니라 함께 듣던 팝송도 가수이름, 노래제목, 모든 걸

다 외우고 클래식까지 다 잘 알고 있었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이라.....동생이지만... 뭐가 궁금하면

바로 물어보고... 바로 답이 튀어 나오던.... 정말 척척 박사였다.


그리고 역시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서울로 대학을 갔고...

대학교에서도 장학금을 받았다.



울 세자매가 90년도 초에 일본 여행을 갔었다.

도쿄 디즈니랜드를 갔었는데....

역시 울 동생이 있으면 아무생각 없이 울 동생만 따라다니면

모든 동선이 완벽하고 효율적으로 짜진다.

나도 여행하는 것을 좋아하고 스케쥴 짜는 것을 누구보다 잘 하는데....

울 동생이 있으면 내 스케쥴은 암껏도 아니고...모든 걱정이 사라지고....

그냥 내 동생만 따라 다니게 된다.



심지어....

내가 유학 시절 미국 놀러온 동생은

울 학교 대강당에 유명인사들이 왔을때

나보다도 더 강의를 집중해서 잘 듣고 내 리포트도 도와줬었다.

똑똑하고... 고마운 내 동생....



울 서비는

대학교를 졸업하고도 무슨 시험이든 치면 다 합격이었고....

지금도 미국에서 연수를 하면서 잘 살고 있다.



이렇게가 내가 생각한 나의 여동생 이야기 였다.




그런데......


이번에 하나 하나 어린시절을 떠올려보니....

울 여동생의 세상은 참 많이 힘이 들었겠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마냥 사랑받는 아이로 알았고....

어딜가도 예쁘고 뽀얗고... 귀티나는 아이였고...

똑똑하고.... 고집스런웠던 아이로 알았는데....



귀하디 귀한 외동아들과 함께 살아가면서

울 여동생이 세째딸로써 느꼈을 결핍을

한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었다.


그리고

첫째라는 이유로 이것저것 모든것을 배워본 우리 언니

무용, 웅변, 피아노, 속독. 등등

소질도 없는 나도 둘째이고 언니랑 있다는 이유로...

피아노, 바이올린, 태권도, 미술학원 등등

학원을 무지하게 다녔었다.




세째인 울 동생은 학원이라고는

겨우.....동화구현대회 나가기 전 점검차 몇일....

그리고 내가 태권도 다닐때 같이 가고 싶다고 해서

등록을 했다가....

내가 눈을 다치는 바람에 겨우 2달 다녀보고

같이 그만둬야 했었던.......

그런 상황이었던 것이었다.



네째는 또 아들이라는 이유로...

태권도, 피아노, 많은 학원을 다니면서....

이것저것 배웠었다.




가만히 보니....

울 여동생은 더더욱 이리 저리 상대적인 결핍을 많이 느꼈었을수 있겠구나... 싶다.

하지만 그것이 울 여동생의 배움의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모든 상황을 긍정으로 바꿔 버렸던 내동생.

나같으면 참 싫었을 섭섭이 이름을

정말 독특한 이름이라고 좋아라 하는 내 동생.


진정으로 배움의 맛을 알고 세상을 빤짝거리는 눈으로

바라보면서 하나라도 더 배우고 익히려는 내 동생.


무언가를 원하던.....

이제는 그 결핍들을 멀리 멀리 보내버리고

진정한 서비의 보석을 만나고 있다.





서바...


이 세상은 다 너의 것이야.

주위를 함 돌아봐바.

결핍은 혼자 느꼈던 아픔이었고.....상대적 결핍이지

진짜로 아무 것도 없던 결핍이 아닌....거짓 결핍이라는 말이지.



늘.... 주위에 충분히 넘치게 있으니까

걱정말고...

아무 걱정말고....


지금처럼 하고 싶은것 마음껏 하고 마음껏 행복하게 살아라.....




있는자 처럼 생각하고 있는자 처럼 행동하면

그만큼 따라 오는 것이 세상일이고....


이미 서비는 한걸음 한걸음 충실히 살아온 과거.... 현재가

더욱더 풍요로운 미래를 만들어 줄 것이라 믿는다.





울 서비는

내일 모레 미국 서부지역을 부모님 모시고

여행을 떠난다. 

부모님들 하나라도 더 보여 드리려

또 몰입해서 미국 서부를 10번도 머릿속에서

여행을 마쳤을 울 여동생.


그리고...

안봐도 어떤 스케쥴로 깜짝깜짝 놀래킬지...

기대가 되고....


 또 보내주는 사진으로

함께 여행을 한듯한 기분이 될 듯하다.



좋겠다.


샌프란시스코, LA, 라스베가스, 샌디에고.....

옐로우 스톤, 그랜드 캐넌, 나파밸리...등등등



똑똑이 울 동생덕에 나도 홀로  상상속의 멋진 여행을 함께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