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눈이 좀 일찍 떠졌다.
평소보다 일찍 집을 나섰더니...
아직 깜깜하다.
공원에서 기지개를 주욱 켜고 하늘을 봤더니...
도심 한복판에서 새벽별이 반짝이고 있다.
신기했다.
잠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하늘에 떠 있는 별 하나를 바라보았다.
홀로 빛나는 별....
한때 동호회에 가입을 해서
매주 산행을 했었던 적이 있었다.
늘 일요일이 기다려졌고....
좋은 동무들과 멋진 산들을 다니고...
산행하면서 찍은 사진을이 주중에 올라오고....
사진 보면서 행복했던 산행을 다시 곱씹어보고....
또 새로운 일요일이 오고.....
그 생활을 몇년을 했었다.
돌이켜 보면 참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늘 산행이 이어질 수 없었고...
한명 두명 시집 장가를 가면서 점점 산행 동무들이
바뀌었고....
나 역시 이런 저런 일로 단체로 가는 산행을 멈추게 되었다.
즐거움이 컸던 만큼.... 일요일이 되면 공허한 마음이 생겼고....
또 무언가를 찾아 다녔었던 것 같다.
즉....
여럿이서 즐겁게 놀다가
혼자 남으면 외로움이 따라 오기 마련이었다.
이번에 미국에서 혼자 지내면서
외로움이라는 친구가 왔을때....
그 친구를 뿌리치지 않고.... 친하게 지내보았다.
외로울수록... 더 혼자 있었다.
호수가에 혼자 앉아서 호수를 바라보았고....
공원에 앉아서 책을 읽었고....하늘을 바라보았고......
조용히 산책길을 몇시간 걸어보고.....
그랬더니.....
조용한 기쁨이 스르르 고개를 들고...즐거움과 편안함이 따라왔다.
그래.... 맞다.
그간 너무 바깥에서만 즐거움과 행복을 찾아 헤맸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아침 운동을 하고 산책을 한다.
혼자 조용히 아침먹고 차를 마신다.
혼자 글쓰는 시간을 가져본다.
혼자 조용히 참선을 한다.
이제는 새로 고친 바이올린도 나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혼자만의 시간을 충분히 갖고나니...
누구랑 만나더라도.... 의지 하기 보다는...
함께 주고 받는 에너지가 더 커지고 행복해진다.
오늘 새벽 별에게서
또 배운다.
혼자 빛나는 별 하나 하나가 모여서 정말 아름다운 별 나라를 만드는구나....
요즘 수능에 나오는 황진이의 시조가 떠올랐다.
참 좋아 하는 시조이다.
동짓달 기나긴 밤을....
동지(冬至)ㅅ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버혀 내어
춘풍 니불아 서리서리 너헛다가
어론 님 오신 날 밤이여든 구뷔구뷔 펴리라.
혼자 보내는 동짓달의 긴밤의 허리를 반 잘라서 봄바람 이불속에 돌돌말아 넣어 뒀다가
사랑하는 님 오신 밤에 꺼내서 펴서 더 늘이고 싶다는 시조이다.
황진이도 홀로 빛나는 별처럼 혼자 노는 법을 알았다면
저렇게 가슴 저미는 시조가 나오지 않았을 텐데..........
아파트 위 별 하나가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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