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가기전에 잘 다녀오라고 맛있는 저녁을 사주던 친구 수영이가
이번엔 한국에 잘 돌아왔다고 저녁을 먹자고 했다.
조그만 선물도 줄겸해서 태풍 타파가 지나가고 보슬비가 내리는 날 저녁에
만났다.
그리고 저녁을 맛있게 먹고 넘 즐거운 시간을 가졌었다.
내 고맙고 소중한 친구.....
수영이와는 중학교 1학년때 처음 만났다.
갓 중학교를 입학하고 나는 2반 수영이는 4반.
키크고 날씬하고 예쁜 수영이는 공부도 잘해서 4반 반장이었다.
그리고 3년 통틀어 같은 반이 된적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1학년때부터 잘 알았고.... 만나기만 해도 웃음이 나오는 친구였다.
왜냐하면...
수영이는 항상 웃는 얼굴이다.
누구를 봐도 눈웃음이 사라지지가 않는다.
단 한번도 짜증내거나 찡그린 얼굴을 본적이 없다.
만나면 기분좋아지는 그런친구였다.
수영이와 따로 만나서 대화를 하거나 놀거나 공부를 했던 기억은 3년 통틀어봐도 없다.
그런데 중학교 3학년 크리스마스날...
수영이가 우리반에 와서 나를 불러내고는 크리스마스 카드를 줬다.
생각지도 못했는데...
직접 만든 너무나 예쁜 크리스마스 카드였다.
솜 누비가 있는 천을 오려서 모자쓴 산타할아버지를 만들어 카드에 붙이곤...
크리스마스 축하와 함께 천을 뜯어서 이불 만들지 말라고 적힌 문구까지
넘나 인상적이고 예쁘고 감동이었다.
그리고 각자 다른 고등학교를 갔고.... 그 이후 연락이 없었다.
아니 서로의 연락처도 몰랐었다.
대학교 2학년이 되어 어느날 학교를 갔었는데.... 울 학교 캠퍼스에서 수영이를 우연히
다시 만났다.
너무 반가웠다.
수영이는 1년 재수를 하고 우리 학교에 입학을 하였고 과 건물도 바로 우리 옆건물이라
오며 가며 만나게 되었다.
4학년때 취직을 하고 먼저 학교를 떠나고는 아주 가끔 학교가서 수영이를 보곤했었고...
유학을 다녀왔고.... 세월이 많이 많이 흘러 서로 잊혀져갔다.
그리고 20여년이 흘렀다.
어느날 한 맥도날드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데...
낮익은 사람이 지나간다.
아...... 수영이다.
20년 전이랑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큰키에 날씬하고 예쁜 모습... 특히 눈웃음이 그대로 였다.
얼른 뛰어 나가서 수영이를 불렀고.... 20여년 만에 다시 재회를 했다.
만날 사람은 어떻게든 만나게 되어 있는 듯 하다.
그리고 그 날 이후로는 계속 좋은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수영이는 예상대로 아주 좋은 사람을 만나서 두 아이의 엄마로 너무나 잘 살아오고 있었다.
그리고 큰 며느리도 아니지만 홀로 되신 시어머니를 잘 모시고 살아오고있다.
내가 어떤 사람들에게서 느끼는 불편함이나 불평을 이야기 하면
수영이는 눈을 똥그랗게 뜨고 " 어려운 일 아니네... 해주면 되지."
라고 한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맞다.
그냥 해줄수 있는 일이었고....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별일 아니지만...웬지 내가 해주면 내가 진듯하고... 내가 생각하는 내가 아닌거 같고....
그런 느낌에 속은거다.
이해가 된다.....
어떻게 20년 넘게 큰 며느리도 아니면서 기꺼이 홀 시어머니 모시고 잘 살아오는지.
수영이는 자기에게는 어려운 일이 없고...너무 쉽고.... 늘 반복되는 일상이 가끔은 지겹다고 한다.
속으로 웃음이 나왔다.
나는 어리석어서 먹어보고 된장인지 똥인지 아는 스타일이라서...
많고 많은 하고 싶은것, 갖고 싶은것, 이리 저리 다녀보고 지금도 여기 저기 다니면서
행복이란 놈을 찾아 다녔는데....
수영이는 타고 난 행복쟁이였었다. 그걸 오늘 알았다.
그 눈웃음이 그냥 나오는 눈웃음이 아니었다.
늘 사랑이 가득하고.... 누군가에게 뭔가를 해주고 싶어하는 수영이.
남편이랑 늘 사이가 좋지만... 한번씩 말다툼을 하고는 토라져서 앉아있는데...
남편이 스스로 옷을 챙겨입고 가는 모습만 보고도 화가 풀린다고 했다.
옷도 하나 제대로 못 챙겨입는 남편의 모습에 웃음이 나온다고 하면서....
수영이랑 우리언니의 공통점은 장녀이다.
장녀들은 어릴 때부터 동생들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서인지
참 남을 배려하는 것이 익숙하고 주는 것이 익숙하다.
그래서인지 살아가는 모습이 편안하고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나는 어릴때부터 받는데 익숙하다.
누가 뭘 해주다가 안주면 속상하다.
받을때가 행복하다.
잠시 나도 주는 사람이 되어야 하나 생각했다.
그러나.....
그냥 나는 나이기로 했다.
주는 사람이 줄때 행복을 느끼면.....
나는 그 사람이 줄때 받으면서 행복을 느끼자.^^
어느날 수영이와 밥을 먹고 내가 계산을 하려하자...
수영이가 한사코 말리면서 자기가 계산을 하겠다고 했다.
왜? 하고 물어봤더니...
" 옛날에 니가 내 좋은데 많이 데리고 다녔잖아..." 라고 했다.
먼저 취직을 하고 돈을 벌고 있을때 수영이를 데리고 송정에 새로 생긴 레스토랑에
데려가주고 밥을 많이 샀었다고 한다.
ㅎㅎㅎㅎㅎㅎ
나는 전혀 기억을 못한다.
그때 취직을 하고 돈을 벌때는 새로운 레스토랑, 맛집을 다니는 것이 넘 흔하고
매일 하던 일상이어서 전혀 기억이 없다.
수영이는 그때 내가 처음 데리고 갔었던 송정의 레스토랑 모닝캄이 아주 인상적이었고
아직도 잘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 경이 언니의 심정이 되었다.
그렇구나.....
좋아하는 마음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해주고 싶고.... 좋은데 데려가고 싶고.... 생색도 내지 않게 되고....
주고 받는구나.
헤어질때 수영이가 하는 말...
"심심하믄 전화해라...."
심심할틈이 없는 수영이는 내가 심심하믄 또 언제든 시간 내어 나에게 맛있는거 사주려고 한다.
이렇게 마음을 주고 받고 나눌수 있는 친구가 옆에 있어서
참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 든다.
그것도 그냥 친구가 아니라 밥 잘사주는 행복쟁이 친구라서 더 행복하다. ^^
몸보신 시켜준다고 동래 삼계탕에서 만나기로 했다가 월요일 휴무라 동래파전갔다가 또 월요일 휴무라.....
결국 채선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한자리에서 커피까지.... 넘 잘먹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수영이와 만나면 어린시절로 돌아가고
또 사는 것도 많이 배운다.
울 수영이와 김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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