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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와 할머니

달빛7 2019. 9. 20.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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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복숭아가 참 싸다.

오늘 복숭아를 한박스 사와

하나를 먹어봤다.


복숭아맛이 입안에 가득 퍼지면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어린시절 울 외할머니의 친정 즉 진외가집이 진주 입구 문산에서 복숭아와 배 과수원을 하셨고

여름방학이면 시골 가기 위해 진주에 먼저 갔고....

진주가 가까워지면  진주 입구에 있는 과수원이 반가이 맞이해주었다.


그리고 과수원 원두막에 앉아서 복숭아 먹으면서 고속도로 지나가는 차들을 가지고 언니랑 내기를 하곤 했었다.

나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지나가는 차들 수.

언니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지나가는 차들 수.


더운 여름 바람 시원한 원두막에서 복숭아를 베어 물면 단물이 줄줄 흘러 온 다리랑 손이 끈적 끈적해진다.

그리고 그때는 복숭아 털이 무지 많아서 씻어도 씻어도 다 지워지지 않는 복숭아 털이 달라 붙어

가렵기도 했었다.




할머니는 장녀였고 아래로 남동생이 3명 여동생이 2명이 있었고

그 과수원은 할머니 바로 밑에 남동생, 즉 장남이 물려받아서 가꾸고 있었다.





할머니의 아버지는 지역의 유지이시고 훈장님이셨다.

공부를 많이 하셨고 늘 글을 읽으셨다.

그에 반해 할머니의 어머니는 늘 일을 하시면서 아이들을 키우셔야 했다.

하루는 마당에 고추를 널어놓았는데 비가 왔다.

비가 대차게 쏟아지는대도 손가락 까닥 하지 않으시고 마루서 책에 몰두하여

책 읽고 계신 할머니 아버지를 보신 할머니 어머니는 화가 너무나 났었고...

공부는 아무짝에 쓸모없는 거라면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으려 하셨다.



다행히 우리 할머니는 첫째이고

할머니 아버지께서 첫째딸인 할머니를 학교에 보내셨다.

그리고 그 아래로는 남자 동생들만 학교를 가고

여자 동생들은 학교를 다니지 못했다.

울 할머니는 할머니 아버지를 참 좋아하고 존경했다고 하셨다.




할머니는 정촌소학교에 다니셨고 수를 잘 놓으셨고 도치볼을 잘 하셨다.

그리고 나의 손공자수 스승님이신 조승래 할아버지와 동기생이었다.

우리 할머니도 시집오신 뒤 조승래 할아버지로 부터 수를 더 배우고 같이 수를 놓곤 하셨다.



우리 할머니는 우리를 너무나 정성껏 잘 보살펴주시고 할머니의 베풀어주신 은혜에 감사하고

할머니와의 아름다운 추억이 가득하다.




하지만 할머니 형제 자매들을 떠올리니...

좀 마음이 불편해진다.



우리 엄마땅을 빼앗은 할머니 여동생 생각이 제일 먼저 떠오르고...

진주 문산이 엄청난 발전을 하면서

땅값이 뛰고.... 또 울엄마 땅을 뺏은 그 할머니 여동생은

그 과수원 주인인 오빠랑 땅 때문에 오랫동안 싸우고...,

그 과수원 주인 오빠는 암으로 돌아가시고....


형제들은 서로서로 편으로 갈라져서 같이 싸우고....

그 아래대까지 싸움이 붙고....


지금도 그렇게 아름다운 사이이지가 못하다.


가까운 사이가 싸우면 남보다도 못한 사이가 된다더니..

그말이 사실같다.

돈이 뭐길래....

땅이 뭐길래....




어릴때는 복숭아의 추억이 참 아름다웠는데....

잠시 옛추억을 돌아보니 추억속의 복숭아맛이 달콤하지만은 않다.


하지만....

오늘 내 복숭아는 넘 싱싱하고 달고 맛나고 가격도 좋아서

행복하다.

혼자 먹기 많아서

내일 언니 만나러 갈때 가져가서 같이 먹어야겠다.





맛난 복숭아를 키워주시고 운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햇님도 흙님도 바람님도 물님도 마니마니 감사합니다.^^













고등학교때 진외가 과수원에서 언니랑 복숭따는 척하고 찍은 사진.








울 할머니랑 꽃집을 방불케 하는 우리집에서 고등학교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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