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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번 버스타고 남포동 가기.^^

달빛7 2019. 9. 18.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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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서면 가려고 울동네서 86번 버스를 탔다.

어릴때 서면이나 남포동을 갈때 탔었던 버스이고

남포동가는 여러길 중 86번은 꼬불꼬불 산복도로를

지나가는 버스이다.





문득 아직 한국 온지 1주일 밖에 되지 않아서인지

부산의 모습을 여행자가되어 보고 싶다는 생각에...

목적지였던 서면에 내리지 않고 그냥 계속 86번을 타고 갔다.


드디어 범냇골을 지나 산복도로 입구로 들어선다.

어린시절 남포동가던 생각이 나서 살짝 설레였다.

꼬불꼬불길을 요리저리 운전하시는 기사님이 위대해 보이던 그때랑 같은 심정이 되었다.

그리고 오르막을 오르자 점점 나타나는 부산의 모습들... 특히 부산항.

이젠 북항 대교도 있고 많은 아파트들이 가리워져

옛 시원스런 풍광은 보기가 드문드문 하였지만....


변하지 않은 수정동등 여러 동네와 고개들이 정겨웠다.

멀리 용두산 타워가 보이고 점점 남포동이 가까워진다.

어릴때 그렇게 길게 느껴졌던 그 산복도로가

여행자가 되어 다시 돌아보니 왜그리 짧던지....


아쉬움을 안고 남포동 롯데백화점을 지나는데

영도 다리가 들려져 있고...

왼쪽에는 예전 MBC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그 건물을 보니..... 어릴때 기억이 왈칵 쏟아진다.





국민학교 5학년때......

어린이 프로에 우리학교가 출연하게 되었다.

그리고 대표로 독창을 할 친구 1명을 미리 뽑아야 했다.

각 교실마다 노래 불러볼 친구들이 모였고...

합창단이었던 나도 당연히 예선전에 참가했다.


거의 한반 인원 정도가 예선전에 참가를 했고

노래를 불렀다.

나는 떨어졌고.... 6학년 언니가 울 학교 대표 독창자로 선발이 되었다.

그 언니의 이름도 아직 기억이 난다.


그리고 다들 수긍하는 분위기였고....

우리는 방청객이 되어 어린이 프로 녹화날 방청석에 앉아서

구경을 했다.


노래도 생생히 기억이 난다.

상쾌한 아침 날이 밝았다.

야호 산으로 가자...로 시작하는 노래다.


그리고 독창 해볼 사람 손들라는 사회자 말에

방청객들이 저요저요 손을 든다.

그러자 사회자가 미리 뽑혔던 언니를 지명했다.

그 언니는 벌떡 일어나서 반주에 맞춰 노래를 잘 불렀고

우리는 박수갈채를 보냈다.


그런데.....

사회자가 1명더 독창할 사람? 하고 방청객에게 물었다.

가슴이 살짝 떨리면서 우리에게 기회를 주나? 하고 생각하면서 손을 들었는데.....

지명된 아이는 내가 아는 아이였다.

우리 옆반이고 우리 학교 선생님의 딸이었다.

게다가 그애는 독창자 선발 예선전에 참석도 안했던 아이이다.

뭔가 잘못되었다 느꼈고.... 처음으로 불공정하다고 생각을 했다.


학교대항 합창대회가 몇달 앞에 있었고...

합창단이었던 나는 독창자 예선을 심사하셨던

우리 합창단 선생님이 싫어졌다.

어린맘에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실망하였다.



그리고 합창단 연습에 무단 결석했다.

2틀째 빠지고.... 3일째 빠지고 운동장에서 놀고 있으니

합창단 선생님이 날 보고는 오셔서 야단치셨다.


노래가 싫어?

합창단이 싫어?


네.


그럼 그만둬.


네.


속으로 내가 실망했다고 하면서 뒤돌아 집으로 뛰어갔다.



합창단 단원들이 단복을 입고 대회전 함께 학생들 앞에서

노래를 불렀다.

나도 함께 연습했던 노래다.

예쁜 옷을 입고 노래 부르는 합창단 모습을 보니... 좀 감정이 복잡했다.

대회 나가서 상을 받았는지 못받았는지는 모르겠다.

관심을 아예 끊어버렸었던거 같다.



남포동 옛 MBC 건물을 수없이 지나다녔는데....

오늘 나의 어린시절과 함 진지하게 만나봤다.



세월은 흘러흘러 그 방송국은 멀리 이사를 갔고...

그 건물은 그냥 건물이 되어 사무실 등이 입주 해있었다.

그 옆에 있던 부산 시청도 멀리 멀리 이사를 갔고

롯데백화점이 들어서 있다.

그 어린이는 중년이 되어 있고....



이렇게 현실이 추억이 되어간다.......









산복도로를 지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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