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좋아해서 동네 운동하는 공원에
자주간다.
수 십년간 다니던 곳이고 익숙해서
눈 감고도 갈 수 있는 곳이다.
엊그제 그 공원을 찾았다.
아마도 천번도 넘게 왔던 곳에서
여느 때와 같이 운동기구들 돌아가며
운동을 하고는 벤치에 휴대폰을 모자속에
넣어두고 그 옆에서 체조를 했다.
벤치 옆에 누군가 앉아서 힐끔거리는걸
느껴도 늘상 있는 일이라 신경도 안썼다.
잠시 아주 잠시 모자옆을 떠났다.
운동하는 누군가를 잠시 만나고
벤치로 돌아와서 모자를 쓰려고 집어드는데...
가볍다.
넘 가볍다.
모자만 달랑 들리고 휴대폰이 사라졌다.
순간 엄청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당황했다.
분명히 모자가 바람에 날라가지 않게
모자속에 뒀는데 딴데 뒀었나?
안가지고 왔었나?
그 짧은 순간 나 자신을 믿을수 없었고
여러 생각이 스쳤다.
옆 벤치 앉으신 아주머니께 여쭤봤다.
혹시 여기 휴대폰 못보셨나요?
그러자
얼릉 가보세요.
저기 저 가방맨 사람이 가져갔어요.
아주머니는 그 도둑이 휴대폰 주인인줄 아셨단다.
휴대폰의 주인이 휴대폰만 빼가고
모자를 두고 가서 모자 가져가라 할려고
하셨단다.
헐~~~~
아주머니가 가르키는 사람을 향해 뛰어가서
붙잡았다.
험한말이 나오려다 이성줄을 잡고
휴대폰 주세요.
진정하고 좋은말로 하니
그 사람이 쭈뼜거리면서
주웠어요. 하면서 내 휴대폰을 바지 뒷주머니서
꺼내 준다.
순간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기분이 많이 더러웠다.
비상용 카드 하나랑 휴대폰.
내 모든 정보가 들어있고 비번이나 패턴도
걸지않았던 휴대폰이 내 속마냥 느껴졌다.
그냥 해프닝으로 끝난 사건이지만
많은 생각이 들었다.
휴대폰 패턴도 걸었다.
싸고 비싸고 휴대폰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연락처, 주고받은 대화, 은행
진짜 나의 모든 것중 대부분이 들어 있는
무서운 기계구나를 뼈져리게 느낀다.
한편으로는
우리나라에서는 카페에서도 가방을 놔둬도
안전하다고 외국인이 유튜브 올리곤 한다는데
정말 위험한 일이다.
99번 안전하다가도 1번 잃어버리면
다 잃어버리는일.
그리고 도둑의 심리는 어떨까 하고
잠시 생각해봤다.
한번 슬쩍해서 성공하니 도둑질이 쉽고
그래서 반복하는건 아닌지.
정말 돈이 없어 남의것을 훔쳐야되는지
경찰에 신고를 해야하는지.
이 사건이 점점 다른사람들을 믿을수 없게되고
마음을 닫게하는건 아닌지.
증말 머리와 마음이 복잡해진
휴대폰 도난 당할뻔한 미수사건이었고
익숙하다고 방심하지 말고
나도 이제 더 조심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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