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각스님의 충고가 기억이 났다. 무상사에 한 일주일간 수행해보죠.
2004년 6월5일 일단 한달을 신청하고 떠났다.
무상사 도착 수선이라는 한국과 미국 혼혈인과 션이라는 미국교포 여자아이랑 함께 들어갔다.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이 끝나고 5시 저녁시간까지 절을 돌아보며 걱정반 기대반에 젖어있었다.
저녁시간후 염불 그리고 참선을 두시간하고 백팔배를 하고 가니 모두 잠이 들어있었다.
처음이라 참선시간에 집중을 많이 하였더니 좀 힘이 들었다.
다음날 새벽3시 도량석 목탁소리가 들린다. 첫날이라 긴장이 가시지는 않는다.
108배와 염불 그리고 차한잔하며 마음을 가라앉히고 참선을 했다.
여전히 열심히 하고자 하는 내 마음은 나를 힘들게 만들고 있었다. 아침공양시간 죽을 주는데 왜이리 신경이 쓰이는지 발우공양이 첨이라
옆을 자꾸 둘러보게 되었고 너무나 의연한 모습의 션을 보니 주눅이 든다.
운력시간 성현씨랑 선방청소 열심히 했다. 그리고 간식시간 다시 참선 시간 , 점심공양, 휴식시간, 참선시간, 저녁공양은 부페스타일로
마음편하게 먹을수 있다.
그리고 염불 다시 참선시간으로 일과가 마무리 된다. 나는 108배를 하고 방으로 갔다.
쉬는 시간엔 주로 차를 마시고 책을 읽었다. 숭산스님의 부처님께 재를 털면, 과 온세상은 하나의 꽃이라는 책 그리고 경허스님이야기,
오직할뿐, 등 몇일동안 쉬는 시간 책만 읽었다.
낮잠은 자지 않겠다고 나와 약속을 하였기에 잠을 자지 않고 계속 무언가를 해야 한다 생각했고 그중 하나로 책에 집중을 했다.
무상사에 오기전부터 혼자 책을 많이 읽어와서 책읽는것은 수월하고 재미있었다.
하루일과가 끝이나서 자리에 누워 잠을 청하면 귀에 멍하고 소리가 났다. 첨엔 내가 열심히 한 결과구나 하며 뿌듯해 했었는데, 이것이 점점 심해지고 날이 지나자 이마에 뾰두락지가 나기 시작한다. 매사 열심히 하고자 하니 뿌듯은 한데 다음날에 대한 부담감과 아울러 이런것이
내가 변해가는 한 과정일까? 계속 이렇게 오직할뿐으로 참아야 하나 하는 생각들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길이 맞나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드는 것이었다.
이방법이 맞을까?...,
참선이 끝나면 보행을 한다. 두손 깍지를 끼어서 배에다 살포시 갖다대고 시선은 아래로 떨구고 천천히 약 10분가량을 걷는다.
션은 나의 앞에서 걷는다. 션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사 조용조용하고 묵언을 하면서 차분하고 여유있어 보인다. 걸을때도 조용조용
걷고 밥을 먹을때도 서두는 법이 없고 문득 눈이 마주칠때도 조용한 미소를 보낼뿐 그리고 여유로움 속에서 아주 강해 보였다.
하루는 션의 흉내를 내어 보았다. 그런데 그것도 힘이 들었다.
우리 모두 묵언을 하게 되어있지만 나는 공양주 보살님과도 이야기 하고 수선이랑도 이런 저런 이야기 하고 항상 밝을 웃음을 보이는 심요를 보면 나도 환하고 웃고 사회에서나 별 달라지지 않는 나를 느끼면서 아무리 멋있어 보여도 션처럼은 안되는구나 천성이 따로 있나보다
나는 나대로 하자 이렇게 생각하고 다시 나로 돌아왔다. 그러면서 션이 가식적인건 아닌가 하면서 신경이 계속 갔다.
화계사에서 만났던 선정이가 있다.
션과는 또 다르게 아주 자신있고 강해 보이는 아이다. 모든 행동이 거침이 없다. 주위에 아무런 관심도 없다. 선정이의 행동도 관심이 갔다.
저 자신감은
어디서 올까 생각하게 되어 쪽지에 적었다. "강해 보여요." 선정이가 답을 적어줬다."강한 수행이 나를 강하게 만들어 줘요."
그렇군 나도 열심히 해야지 하고 또 다짐한다.
참선을 하는 동안은 온갖 생각이 다 든다. 하고있던 자수 전시회도 생각이 나고 이것저것 계획도 생각나고 이 아이 저아이 생각나 고 등등등.
생각을 끊으라고 하는데 어찌 생각을 끊는단 말인가 그러면서 머리속에서 싸움이 일어난다.
그러다 어느때는 그냥 들려오는 목탁소리와 새소리들에 마음을 빼앗겨 멍청이 있다가 보면 시간이 후딱 가버린다.
이런것이 참선인가? 이건 아닐꺼 같은데.., 그래도 시간은 잘가니까 좋다고 잠시 마음을 놓아본다.
큰일이다. 하루가 가면 갈수록 이마의 뾰두락지가 늘어나고 부담은 더 되고 힘이 들어간다.
처음 무심스님과의 인터뷰시간이 왔다. 첫인터뷰라 떨렸다. 어떻게 스님을 대해야 하나 이렇게 아님 저렇게 스님이 나를 어떻게 보실까? ...,
"질문있어요?" 하시는 스님 말씀에
"참선이 심각한 것인가요? 너무 힘이 들어요." 질문을 하자
"아니요. 편안하게 하세요. 단지 마음에 게으름이 나지 않게 꾸준하게 하고"
"스님 저는 참선하면 눈이 아파요"
"시선도 편안하게 땅에 내려놓고 자세를 똑 바로 하고 호흡을 따르세요." 하셨다.
"당신은 어디서 왔습니까?"
"...,"
스님의 질문은 숭산스님책에서 여러번 읽었다. 그러면 대답은 방바닥을 꽝하고 치는 것이었다.
나는 방바닥치는게 어색하여 아무말도 못하고 빙그레 웃고 있었다.
"당신은 어디서 왔습니까?"
스님의 질문이 다시 날라왔다.
"스님 대답을 안하면 어떻게 되나요?" 라고 질문을 드렸더니
스님께서
"그러면 인간과 나무와 뭐가 다르지요? 나무도 침묵으로 대답을 하고 있습니다."
하셨다.
아 그렇구나 그리고 나도 방바닥을 힘차게 때렸다. '꽝'
"당신이 지금 이 순간 생각끊고 있으면 나와 한마음이 되는 겁니다. 당신이 당신생각을 하고 내가 또 다른생각을 내면 우리 마음이
두마음이 되는 거지요."
"아무것도 당신을 지배하게 만들지 마세요." 하고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예"
절을 하고 나왔다.
마음이 편안해 졌다. 한결 가벼워졌다.
그러나 참선시간이 다가오면 부담이 되었고 죽비소리는 나를 눌렀다. 이마의 뾰두락지도 점점 늘어갔다.
법문시간이 되었다. 유럽에서 지도 법사님 하시는 청안스님이 오셨다. 시원한 미소와 넘치는 에너지가 느껴졌다.
질문시간에 다른사람의 카르마가 보이는지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스님께서 그건 보이지만 내 카르마은 내가 스스로 알아라고 하셨다.
나의 카르마는 무엇일까? .......,
법당청소를 하던나는 션과 수선이 떠나서 부엌으로 운력장소가 바뀌었다. 부엌이 법당청소하는거 보다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열심히 해야지 하는 생각을 하였다.
부엌의 오븐들과 스테인레스들의 얼룩을 다 지우는 일을 맡았다. 운력시간이 되면 즐거운 마음이 들지는 않았지만 가서 일을 시작했다.
그런데 일을 일단 시작하고 나면 마음이 편안해 졌다. 천천히 아무 생각도 없어지고 그냥 내 숨소리만 들으면서 때를 닦아내는 것이었다.
마치 내가 수를 놓을때 느끼는 기분이랑 비슷했다. 그렇게 몇일간을 이것 저것 닦고 정리를 해 갔다. 한날은 큰 오븐에 묵은기름때가 너무끼어있어 엄두가 나질 않더니 일단 시작을 해보았다. 칼까지 들고 기름때를 벗겨내길 1시간. 시간이 그렇게 지난것도 몰랐는데
원주스님이신 관미스님께서 오셔서 " Thank you JiEun we got a new oven" 하시면서 이사람저사람에게 오븐 보라고 놀랍게 깨끗해졌다고 칭찬을 하셨다. 사실 나는 오븐의 엄청난 기름때를 벗기면서 재미있다는 생각까지 들었었다. 그리고 하나도 힘이 들지않고 기분이 좋았다.
'아! 분별을 하지 않으면 일이 곧 놀이가 되는거구나 내가 생각만 내지 않는다면 모든일은 똑같은 일이 되구나.' 하고 느꼈다.
아울러 해도 함이 없다고 하더니 내가 일을 한것도 아닌데 결과가 이렇게 나와있고 또 이 결과는 보너스가 되어 다른사람을 기쁘게 했다.
나에게 이일을 하나 안하나 똑같다면 기왕에 남에게도 좋은일을 하는게 낫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고 생각을 하지 않고 무엇을 함의 중요성을 배웠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는 모든일이 같은 비중이 있다는 생각으로 천천히 했다. 걸을때도 먹을때도 ..., 그러나 참선만큼은 쉽게 편하게 되지가
않았다.
참선에 대해서도 시간이 가면서 변화되는것이 있었다.
처음에는 10분 앉아 있기가 힘이 들었다. 반가부좌를 좀 세게 만들어서 앉았더니 발목이 돌아가면서 통증이 났다. 무릎도 아프고 무엇보다도 온몸이 근질근질 하여 미칠것 같았다.
그러던 중 현각스님의 글하나가 떠 올랐다.
지리산에 어떤절에서 깜깜한 비오는 밤에 문밖을 나오시다 넘어져서 어깨뼈를 부러뜨리셨는데
너무 아팠었다고 하셨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스님의 비명소리에 놀라 다 나와서 안타깝게 쳐다보는중
스님께서는 그 상황을 관하여 보셨다 했다. 아픔도 관하고 사람들이 안타깝게 자신을 내려다 보고 있는데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 지면서
아픈것은 몸이지 마음이 아니란것을 깨달았다고 하셨다.
그이야기가 생각이 나면서 나도 나의 몸을 관하여 보았다. 첨엔 머리끝이 쭈뼛뿌뼛 설정도로 이상한 느낌이 들더니 그 느낌이 오래지 않아
사라지고 다리 통증도 점점 울던아이가 스스로 그치듯 사라져 갔다.
' 힘들고 아프다는 나의 생각이 내몸을 계속 아프게 만들고 있었구나." 하고 느꼈다.
그리고 몇일뒤 생각을 하면 안된다는 생각을 무지하게 했다. 그것이 내 머리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밤 잠을 잘려고 누웠다. 그리고 항상 해오던 망상을 하기시작했다. 이생각 저생각을 하는데 갑자기 지-익 하면서 필름끊기듯 망상이 끊기고 깜깜해졌다. 그리고 잠을잤다.
다음날 나는 생각이 잘 나지 않았다. 그리고 참선을 하는데 '나는 누구인가?' '오직 모를뿐'을 숨을 쉬고 내쉴때 계속했다. 그러자 시간이
잘갔다.
어떤생각이 들려하면 서둘러 얼른 끊었다.
해냈구나 하는 생각에 도취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대단한걸 해낸듯한 대견함에 뿌듯해 했다.
또 다시 무심스님 인터뷰 날이 왔다.
"아 오늘은 스님께 어떻게 보이지?" "생각을 하면 안돼" "안돼"...,
그러다가 종소리가 나서 스님뵈러 갔다.
"오늘 많은 감정이 느껴지는데. 울고 싶어요?" 하셨다.
"아닙니다. " 감정을 누르면서 묵직하게 말했다.
그리고 스님께서 공안을 주시는데 생각하지말자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있었다.
스님 질문이 뭔지 알아듯지도 못하면서 혼자 자신있게 엉터리 답들을 확신에 차서 이야기 했다.
나를 가만히 보시던 스님 하시는 말씀
"아는척 하지말고 공부 더 하세요."
허걱
문을 나오면서 나를 보니 우습고 부끄러웠다.
생각을 끊어야 한다는 망상이 나를 사로 잡고 있었던 것이 었다.
온몸은 긴장되어 있었고 머리통은 무슨 석고로 상을 떠 놓은것처럼 뻑뻑하고 힘이 들어있었다.
방에 들어왔다. 사라가 누워 있다.
사라는 나 , 션, 수선이 오기 전부터 와 있었다. 미국에서 왔는데 대구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었다. 이제 두명 가고 사라와 나 둘만 남았다.
묵언을 해야하는데 사라는 말을 많이 하고 많이 건다. 나도 뭐 묵언이 그리 대단할까 하면서 생각 비우고 이야기 다 들어주고 맞장구도 치고 그랬다.
사라는 세상이 너무 무섭다고 했다. 남자친구랑 싸웠을때 남자애가 자기를 거의 죽일뻔 했다고 했다. 자기는 사람들한테 다 잘해주는데
왜 사람들은 자기에게 그렇게 대하는지 모르겠다면 울기도 했다. 나도 그런 경험이 있다면서 맞장구를 쳤다.
예전에 아주 힘이 들때 교회에 가서 내가 죄인이고 내가 사람들에게 베풀어야 한다면서 착한사람이 되려고 무지 노력한적이 있었다. 그때가 기억이 났다. 근데 하나님께 죄를 고백하고 항상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다짐하고 행동하다가 보니 내가 내가 아니고 이상한 사람이
되어서 더욱 나를 힘들게 했던적이 있었다.
그게 생각이 나서 열심히 충고를 했다."사라야 너는 너 자신이 되어야지 착한사람이 되어서는 안된다. 그럼 너 자신을 잃는다. 등등등....."
온 진심을 다해 한참을 이야기 하고 너 자신을 찾아라고 열심히 충고 했다. 마치 나에게 이야기 하듯이 했다.
사라는 내 충고에 고마워했고 나는 뿌듯했다.
그런데 일의 시작은 그때 부터였다. 사라는 전혀 청소 정리 정돈을 안한다. 그리고 허구헌날 1층에 과자, 쵸콜렛도 훔치고 향을 피우고 참선도 매일 한두번씩 빠지는등 우리가 받았던 룰중 지키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나를 힘들게 했다. 이불세트도 다 한세트씩 갖는데 두세트 깔고 뭉게고 욕심을 많이 부렸다. 옷도 나는 동삼둘 일복 두개로 갈아입고 있는데 사라는 각각 5벌씩 가지고 있으면서 빨래할때도 혼자 먼저 한통을 다돌려버려서 나는 참선 중 포행시간에 가서 빨래를 해야 했던 것이다. 그러던 시간이 2주가 되었다. 나도 모르게 사라에 대한 안좋은 감정들이 하나둘씩 나타나더니 내가 힘이 들어지는 것이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 감정은 결국 내가 만든것이고 사라가 이불을 10개를 덮던 나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일이고 나는 묵언을 하면서 가만히 나를 들여다 보았다.
그랬더니 우습게도 사라의 모든 자유로운 행동은 결국 내가 하고싶은것들 사라가 자유롭게 하는데 대한 질투였던 것 같았다. 그리고 사라가 어떤일을 하건 그것은 사라의 선택이고 어느 선택이든 남의 선택은 존종되어야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내가 자유로와졌다. 마음이 편안해 지면서 내 일에만 신경이 쓰였다.
옷입을때는 옷입기만 목욕탕 비어있을때 목욕하고, 밥먹을때 밥만먹고 .., 그러다보니 사라에 대한 조바심이 사라졌다.
내가 편안해 지니 사라도 편안하게 느끼는지 자기 어린시절이야기를 했다. 시골에 비행장 닦는 일을 하시는 아버지덕에 4살때부터 아주 힘든 일을 해왔고 15살때 부터 첫 직장을 가지고 일해오고 있지만 아직도 돈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하고 있었다. 참선을 자주 빠지는것도 10년넘게 줄담배를 피워오던 습관을 여기 무상사 와서 처음으로 담배를 끊게 되어 몸에 여러 작용들이 나타나고 참을수 없게 힘이 들었다 한다. 이런이야기나 위와 같은 행동을 아주 꺼리낌없이 하는 솔직한 아이였다. 그리고 그런 상황을 이야기 들으니 그 아이의 행동이 이해 되었다.
이세상에 이해하자면 이해 되지 않는 일은 하나도 없을꺼다. 그러나 그많은 상황을 우리가 따져서 이해하고 살기보다는 그려려니 하고
생각끊고 한마음이 되는길이 휠씬 빠른길일꺼 같다.
부처님께서 하신말씀 "불성은 누구에게나 있다." 99.99999%믿는다.
내 카르마 하나를 없앤거 같았다.
그리고 묵언이 얼마나 소중한가 깨달았고 다시 겸허하게 묵언수행을 했다.
시간이 흐르자 나는 다시 대웅전바닥청소를 담당하게 되었다. 명화스님과 함께 하는 일이다. 명화스님은 큰키에 예쁘시다. 항상
묵언수행하시면서 조용하고 우와하신 모습이 션과 비슷했고
나는 부러움과 질투를 느꼈다. 왜 나는 저런면이 없을까? 덜렁거리고 무엇을 할때 미친들이 하고 안할때 안하고 변덕스럽고 참을성 없고등등 나랑 비교하면서 나를 구박했다.
그리고 법당청소를 하는데 부엌을 닦을때와 차별을 두지 않는다고 마음속에 여러번 다짐을 하건만 왠지 더 잘해야한다는 부담감이 자꾸 드는것이고 명화스님쪽으로 힐끔힐끔 눈치를 보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했다.
욕심. 남보다 나아야 한다는 욕심, 인정받고싶어하는 욕심, 모든 원인은 욕심이었다. 그렇다고 마음대로 행동하는것이 옳으냐 그것도 역시 욕심이고 욕심을 버린척하는 가식에 지나지 않았다.
법당안에서 무심스님의 말씀이 머리를 스쳤다. 아무것도 너를 지배하게 하지말아라. 부처도 나와 같은 사람이고 법당도 부엌과 똑같은곳이고 어디서 무슨일을 하든지 생각을 하지 않으면 어떤일이든 똑같은 일이다. 똑같다는 것은 차별하지 말라는 말이라 생각되었다.
그리고 색즉시공 공즉시색. 우리는 다함께 공에서 와서 공으로 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이 있는것은 다 변하고 없어진다. 이 법당도 언젠가 변해서 없어질것이고 부처님 불상도 없어질것이고
내몸도 죽고 없어질것이고 하는 생각이 들자 이세상에 보이는 것들중에는 그다지 중요한일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또한 다 없어지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만이 진리이고 진실이고 사실이다 그러자 아주 자유로와지는듯 했다.
누가 무슨 말을하고 행동을 하건 눈앞의 모든것이 다 진리라 하셨다. 그랬다. 모든것이 맞는말이고 틀린것없고 그냥 그렇게 있는 것이다.
내가 지금 소리치는것도 진리이고 눈앞의 산도 진리이고 법당에 기어가는 벌레도 진리이고 나무 무늬도 진리였다. 모든것에 좋고 싫은게 없고 있는그대로를 받아들인다면
무엇이 와도 그냥 그럴뿐이란 생각을 하니 세상이 넓어진것 같았다. 작은나가 점점 커지는 느낌.
어떤일을 해도 생각없이 할때 나에게 같은일이 된다면 기왕엔 나보다 남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것이 좋을꺼 같았다.
관한다는것 무시하는것도 아니고 자세히 뚫어보는것도 아닌것, 있는 그대로 차별없이 보고 듣는것, 배고픈사람 밥주고, 피곤한 사람 쉬게 해주고, 기대는 사람 기대게 해주고..,
마음속에서 따뜻한 기운과 편안함이 밀려올라오면서 행복했다. 그리고 이행복을 항상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참선을 했다.
비가 내렸다. 비소리, 죽비소리, 모든것이 진리이고 이 선방의 노랑 장판도 진리이다. 내가 겁먹을 이유없는 그대로 있는 아이들이다.
새소리가 들렸다. 비소리도 들렸다. 목탁소리도 들렸다. 만덕이(강아지)짖는 소리도 들린다. 옆에 흐르는 침묵도 들린다. 모든소리들이 교향곡처럼 어울어져 나를 지나갔다. 그래 이 편안함이 내가 찾던 그거 아닐까? 항상 나와 함께 하고 있었던 그건 아닐까?
참선이 끝나고 우산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무심스님께서 계단을 올라오고 계셨다.
"스님" 밝은 목소리로 스님을 불렀다.
"스님 바람 찾았어요."
지난번 주신 공안을 깨달았다.
"어디해봐"
팔을 흔들어보이며 바람을 크게 불었다.
"손은 왜이리 흔들어?" "잘했어" 그러시고는 가시던 길을 가셨다.
스님 뒤에서 가만히 두손을 모아 반배를 했다.
훌쩍 서있는 소나무가 나를 가만히 내려다 보고 있었다.
어느덧 한달이 훌쩍지났다.
집에 갈날을 하루 남겨놓고 보름이되었다.
하안거 보름의 전통은 다함께 대중목욕탕을 가는 일이었다.
계룡산 동학사 입구에 있는 계룡온천으로 다함께 갔다.
한달만에 차를 타고 세상구경을하니 모든것이 새로워 보였다.
아름다운 산자락 아래에 위치한 목욕탕이었다.
다같이 옷을 다벗고 목욕탕에 들어갔다.
옷을 벗으니 아주 자유로왔다.
다들 어린애가 되어 따뜻한탕, 뜨거운탕, 냉탕, 사우나실등등을 돌아다니며 즐겼다.
따뜻해서 좋다. 차가와서 싫다가 아니라
이거는 따뜻하구나 (이렇구나)
여기는 차갑구나(이런거구나)....,
생각을 하지 않으니 모든것이 감각이 되어 하나가 되었다.
인간으로 태어나서 축복을 받았다고 느꼈다.
대안스님 등을 밀어드렸다. 심요등도 밀고 나디야 등도 밀고 현경이 등도 밀었다.
현경이가 내 등을 밀어주었다.
밀어주고 밀리고 하면서 우리는 하나가 되었다.
목욕을 끝내고 3층에서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쇼핑을 하고 다시 절로 왔다.
마지막날
참선을 하고 아침공양을 하고 또 참선을 하고 점심공양을 하는데
발우가 내것이 아니었다.
마지막 나의 관문이었다. 그냥 아무말 없이 잘 먹었다.
반야심경에 불구부정이 있다. 더럽고 깨끗함이 없다는 건데....,
발우공양를 하면서 별 거부감은 없었지만
아직도 이런 것을 머리로 체크하고 있으니 나는 아직 갈길이 멀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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