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수요일.
수요일은 양산 가는 날.
오늘도 빨간볼을 치료하러 한의원을 갔다.
그리고 늘 타던 지하철 대신 버스를 타고
양산 가는 버스 정류장까지 가보았다.
우리 동네이고... 늘 익숙한 길이라 문제 없이 버스 타고
적당한 정류장에서 내렸다.
그리고 온천천앞에 서서는 잠시 당황을 했다.
온천장역이 훨씬 가까운 곳이었는데....
명륜역이 버스 출발 정류장이 있어서 멀어도 명륜역으로 가야겠다고
맘 먹고 걸었다.
생각보다 엄청 멀었다. 내가 서있던 곳이 온천장역 바로 옆이었던 것이다.
늘 잘 알고 있는 곳이라 만만히 생각했었는데....
조금만 각도를 달리보니
전혀 새롭고 낮설었다.
게다가 오늘은 날씨마저 더운 여름 날씨였고....
큰 아파트 공사장까지 지나가야했다.
조금 불편해질려고 한다.
그리고 걸음을 옮기니 갈색 판넬이 나무사이사이 있다.
시였다.
아름다운 시들이 나무 나무 사이 하나씩 새겨진 판넬이 꽂혀있다.
그중에 김용택 시인의 참 좋은 당신이라는 시가 맘에 들어왔다.
익숙한듯... 따뜻한....
참 좋은 당신
-김용택-
어느 봄 날
당신의 사랑으로
응달지던 내 뒤란에
햇빛이 들이치는 기쁨을 나는 보았습니다.
어둠속에서 사랑의 불가로
나를 가만히 불러내신 당신은
어둠을 건너온 자만이 만들 수 있는
밝고 환한 빛으로 내 앞에 서서
들꽃처럼 깨끗하게 웃었지요.
아,
생각만 해도
참
좋은
당신
시가 너무나 아름답다.
항상 뭔가를 상대방에서 원하고 결핍을 느끼고 더 많이 바라게 되는
보통 사람들의 거래같은 사랑 속에서.....
그냥..... 아무런 기대없이
내 응달진 마음에 햇빛이 들이치는 기쁨을 느끼게 해준 좋은 당신
그 생각만으로도 사랑의 기쁨이 느껴진다.
지난번 해운대 달맞이에서 만났던 김용택 시인님의 시도 함께 적어본다.
그 숲에 당신이 왔습니다.
-김용택-
그 숲에 당신이 왔습니다.
나 홀로 걷는 그 숲에 당신이 왔습니다.
어린 참나무 잎이 지기 전에 그대가 와서 반짝이는 이슬을 텁니다.
나는 캄캄하게 젖고 내 옷깃은 자꾸 젖어 그대를 돌아봅니다.
어린 참나무 잎이 마르기 전에도 숲에는 새들이 날고 바람이 일어
그대를 향해 감추어 두었던 길 하나를 그대에게 들킵니다.
그대에게 닿을 것만 같은 아슬아슬한 내 마음 가장자리에서
이슬이 반짝 떨어집니다.
산다는 것이나 사랑한다는 일이나
그러한 것들이 때로는 낮설다며 돌아다보면
이슬처럼 반짝 떨어지는 내 슬픈 물음이 그대 환한 손등에 젖습니다.
사랑합니다.
숲은 끝이 없고 인생도 사랑도 그러합니다.
그 숲
그 숲에 당신이 문득 나를 깨우는 이슬로 왔습니다.
숲, 어린 참나무잎, 이슬, 새, 바람,
깨끗하고 맑다.
아련하고 참 사랑스럽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오는 수요일... (0) | 2020.02.13 |
---|---|
2019. 11.기장 오랑대에서 아침을... (0) | 2019.11.09 |
울 할아버지 이야기. (0) | 2019.09.11 |
추억의 1020 (0) | 2019.08.27 |
2006년도 캐리커쳐. (0) | 2018.01.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