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하우스

J. HOUSE 청소와 태풍

달빛7 2019. 10. 3.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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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 북정동에는 J.HOUSE 라고 너무나 예쁜 원룸 건물이 있다.



나는 수요일 마다 양산으로 가서 J.HOUSE 건물 청소 알바를 한다.

내가 참 사랑하는 알바이다.



우선 양산가는 버스를 타고 가면 매주 한번씩 여행을 하는 기분이 든다.

예쁜 금정산과 시원한 하늘이 매주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양산가는 메타세퀘이어길도 너무나 아름답다.

시시철철 길가의 다른꽃들 감상하는 재미도 있고....


특히 양산 남부시장을 지날때 특히 장날때는

어린시절 할아버지 할머니따라 진주 중앙시장 갈때 생각이 나서 넘 정겹고 반가워진다.


두번째는

 수구레 맛집도 있고.... 김치찌개맛집도 있고 밀면 맛집도 있어서

청소하고 한번씩 먹는 점심도 넘흐 넘흐 맛있다.



그리고 세번째는

청소를 마치고 나면

J.HOUSE근방 빵집에서 커피를 1000원에 판매를 하고있다.

더울때는 시원한 아메리카노와 맛있는 빵.

추울때는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맛있는 빵.

일하고 나서 마시는 향기로운 커피는 그야 말로 행복이다.


더울때는 시원한 에어콘도 틀어놔서 더 시원하고...

추울때는 따뜻한 난방도 해주시고....

거기에다가 최신 음악까지 틀어주셔서 요즘 유행하는 음악을

굳이 찾아 듣지 않아도 즐기게 되고 넘 행복하다.



커피 한잔 하면서 양산서 일하고 있는 울 좋은 언니와 카톡으로

인사 나누는 행복도 있고...

그간 찾고 싶은 정보... 가고 싶은 곳 검색도 하고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보내는 그 수요일이 넘나 행복하다.





다만.....

본업인 청소만은 행복한 시간에서 제외가 되었었다.



J.HOUSE 건물 청소를 하러 가면.... 한번씩 화가 머리 끝까지 솟구친다.

내가 하는 일은 건물 복도, 주차장청소, 우편함 정리 그리고 재활용 쓰레기 정리해서

버리는 일이다.

그런데...

1주일에 한번 방문을 하면 일반쓰레기를 까망 봉다리에 넣어 아무렇게나 쌓아두고

여기저기 담배꽁초는 기본이고 냄새나는 음식물쓰레기가 썩어서 나뒹굴고 있는 것이었다.

이렇게 예쁜 J.HOUSE에 아무렇게나 쓰레기를 던져 놓은 것이 참 이해가 안된다.



다른 건물들은 주인들이 집에서 살면서 매일 쓸고 닦고 하는데

J.HOUSE 주인은 부산에 살고 있어서.... 자주 관심을 갖기 힘든다.

그래서 집앞에 다다를즈음이면 벌써 화낼 준비를 하고 온몸에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수요일인 어제.....

청소하러 건물을 향해 걸어가는데..... 불안하다.... 웬지 오늘은 더 엉망이 되어 있을듯 하다....


역시 내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고....

여기저기 시커멍 봉다리에 뭐가 잔뜩잔뜩 들어 여러개가 놔뒹굴고

주황색 봉다리에는 심지어 더러운 아기 기저귀까지 들어있었다.


J.HOUSE에는 아기가 없고... 옆 건물에 유모차 태워가는 아기를 본 적있다.

그렇다면 옆집에서 쓰레기 봉투를 던졌단 말인가???



옆집 사람들도 의심이  들고.... 왜 나를 다들 힘들게 하냐며 ...

게다가 태풍이 시작되어 비까지 쏟아진다....

또 분노게이지가 폭발직전까지 갔다.



잔뜩 두주먹쥐고 부들거리고 있다가.....

갑자기 한 생각이 들었다.


맞다.

개나 고양이가 이래 놨다고 생각하자....


그러자 화가 사라졌다.


음.... 개, 돼지, 고양이..... 짐승들이 이래 놓고 갔구나.... 생각하니

맘이 탁 풀리고 아무렇지도 않아지면서

그럴 수도 있지 하면서 천천히 청소를 했다.


화를 내지 않고 청소를 차분히 하니 더 빨리 되었고....

더 깨끗이 되어  오늘 저녁 태풍이 지나가도 아무런 피해가 없겠다 싶고

마음이 편해졌다.


J.HOUSE를 한바퀴 돌아보고.... 안심이 되었고...

다시금 확인하고 웃었다.


게다가 소주병도 2병 나와서 가는 길에 있는 가게서 200원 바꾸어

천원 커피를 800원에 먹는 기쁨도 생겼다.



인간에 대한 기대를 아예 놓아버리니

내 마음이 편해졌었다.



이젠 정말 청소 알바가 100퍼센트 행복이 되었다.




그리고 오늘 새벽

제 18호 태풍 미탁이 지나가고 비가 그쳐서 아침 운동을 갔다.


늘 운동하는 온천천에 어떤 피해가 있나 보니

다행히 아무런 피해는 없었고.... 온갖 잡동사니들이 여기저기 흩어져있고

풀뿌리 같은것들이 봉이란 봉에는 다 항그 걸려져 있었다.

어떤 아저씨가 아무 말 없이 운동 기구에 걸린 풀들을 스윽 치우고

운동기구를 정리하고 운동하신다.



그 아저씨가 부처님이었고... 부처님이 법문을 몸소 보여주셨다.


아......

태풍이 이렇게나 공원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고 갔는데....

그냥 무심히 치우시는구나......



어제 청소하면서 나는 쓰레기 버린 사람들은 개 돼지다...

하고 위안을 했었는데.....


태풍이 버리고 간 쓰레기를 보고는 아무도 불평을 하지 않고

무심히 치우기만 하는 것이었다.


ㅎㅎㅎㅎㅎㅎㅎ


그냥..... 그자리에 있을 뿐이고....

치우는 사람은 치울 뿐이고......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태풍에게 감사하고..... 돌아오는 길이 넘 즐거웠다.

넘 웃으면서 까불거리며 걸어오다가 발밑에 진흙에 미끄러져

식겁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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